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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삼성에 휘말린 국민연금, 이번엔 대우조선에 물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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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압수수색


국민연금, 이르면 이번주 중 대우조선 자구안 논의

삼성합병 동의에 1000억원 손실…비난 여론 강해
거래 멈춘 중인 회사에 3600억원 출자전환 '부담'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한 36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바람에 '국민 노후자금을 대기업 지원에 썼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동의하면 또다시 대규모 기금 손실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반대만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가동하면 투자원금 대부분을 까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26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번 주 중 박성태 리스크관리센터장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관리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자구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대우조선 자구안에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36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관리위원회 이후 투자위원회를 통해 동의 여부가 최종 결정될 방침이지만 국민연금이 정부의 뜻을 따르겠다고 발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우선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지원해 손실을 끼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두 계열사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이를 청와대에 청탁하는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외압을 받아 삼성의 합병을 찬성한 홍완선 전 기금운용부장은 1000억원의 손해를 입힌(배임)혐의로 재판 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합병 무효 청구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출자전환했을 때 책정되는 가격과 기간도 문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7월 분식회계 혐의를 받아 거래가 중단됐다. 때문에 출자전환이 이뤄져도 매매가 불가능하다. 결국 국민의 돈 3600억원은 대우조선에 묶여있어야 한다.

출자전환되는 가격은 현재 4만4800원에서 10% 할인된 4만430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은이 지난해 12월 1조8000억원을 출자전환하면서 10%할인된 가격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대우조선 주식을 인수한다고 해도 거래가 풀리면 주가는 꾸준히 하락할 것이 분명하며 국민연금이 원금 이상의 국민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 어떤 상의나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여론은 물론 기금운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정부의 의견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정부의 뜻을 거절하는 것도 이해된다"며 "결국 강제성을 띤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은 아직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구안 방안을 놓고 검토를 시작한 단계"라며 "기금의 이익을 높일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u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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