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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또 다른 혁명" 국민의당, 초유의 정치적 실험 '연착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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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투표용지 배부 받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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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첫 경선 마친 박주선-안철수-손학규


'선거인단 모집없는 현장투표' 성공리 마무리

대리·중복·차떼기 동원 선거 단 한 건도 없어
전산오류, 개표 지연, 일부 동원 의혹은 과제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25일 야당 심장부 광주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전국 첫 순회경선에서는 초유의 정치적 실험 하나가 이뤄졌다.

사전 선거인단 없는 현장투표. 한국 정당 역사상 단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정치적 모험이었다.

당원만 투표하는 폐쇄형이 아니라 비당원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예비선거인 완전 국민경선제(Open primary)의 일종으로 보통·비밀·직접·평등의 민주선거 4대 원칙에 가장 적합하지만, 여러 정당에서 적용하는 사전선거인단 모집이 빠진 탓에 당 내에서 조차 '무모한 실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이 프랑스 정권교체 사례를 예로 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선거 혁명을 위한 실험이었지만 워낙 파격적인 제도다보니 불안감이 그득했다.

신분증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1인 1투표가 가능한 허술한 신원확인 절차 때문에 대리투표, 투표소를 옮기다니며 투표하는 메꾸기식 중복투표, 특히 '버스떼기','봉고떼기'와 같은 동원투표가 모두 근심거리였다.

박지원 당 대표까지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진짜 걱정"이라 말할 정도였다. 광주지역 한 광역의원은 "사고 확률 90%"라고 까지 말했다. 손금주 최고위원은 "마지막까지 돌다리를 두들기는 심정"이라고 말했고, 불법 동원 선거에 대해서는 물밑에서는 치열한 상호 감시·첩보전이 벌어졌다.

첫 경선이지만 야권 텃밭인 광주·전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사실상 결승전'이라는 평가가 지배해 중압감은 더욱 컸다. 을씨년스런 찬비까지 내렸다.

그러나 '속 타는 우려'는 모두 기우로 그쳤다.

당의 기대치는 2만5000∼3만. '혹시 2만 이하로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절망어린 우려마저 컸으나, 결과는 6만2000. 기대치의 2∼3배다. 오전에 이미 2만2300을 기록했고, 오후 2시 3만, 3시 4만, 4시 5만을 넘기더니 6시 투표마감 시점엔 6만을 훌쩍 넘겼다. 숫자만 놓고보면 대박이다.

더불어민주당 전국 현장투표를 1만표 웃돈 수치다. 국민의당 정두환 대변인은 "놀라운 대박이다. 역시 호남이다"고 환호했다.

중복투표, 대리투표도 공식 신고 또는 적발된 사례가 전무하다. 동원선거도 일부 의혹은 제기됐으나 물증이 없거나 소명됐다. 차떼기 동원선거도 드러난게 없었다. 부정선거에 따른 만의 하나 경선 불복사태도 피했다.

당은 고무됐고 그만큼 기대감은 커졌다. "손 쉬운 선거", "간편한 주권행사"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혁신적 생활정치의 첫 걸음을 뗐다"고 자축했다. 여러 정당들이 보루로 여겨온 ARS투표나 배심원단 투표보다 한층 진화된 대안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왔다. 숙제가 적지 않아서다.

우선, 투표장 10여 곳에서 메인 전산서버 오류로 투표 개시가 20여 분간 지연되면서 항의소동이 일어나는 등 차질을 빚었다. 또 투표장 인근에선 노인층을 중심으로 10명 안팎으로 모여있다가 인솔자(?)를 따라 한꺼번에 투표장으로 이동하는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도 목격됐다.

개표 작업이 계수기 고장으로 일부 투표소에서 지연된 점, 투표수를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자율 선거인단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경우 투표 지·정체가 빚어질 수 있는 점도 문제다.

특히 다른 정당 소속 당원이나 같은 당 소속 다른 후보 진영에서 조직적으로 '역(逆)선택'을 할 경우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전산 오류 등은 예방주사를 맞았고, 대리·중복·동원 선거는 법적 처벌규정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저의를 지닌, '악마 투표'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는 "처음 가본 길이어서 염려가 많았지만 지역민들의 의식과 당원들의 노력, 관리업체의 노고 등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goodch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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