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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엄마 찾고 싶어 금메달 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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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우승… 지적장애 3급 민상아]

이름·나이도 모른 채 복지시설로… 모친 찾으려 운동, 국제대회 출전

바리스타 자격증에 제빵도 배워 "유명해지면 엄마가 연락오겠죠?"

1998년 가을 전남 나주 버스터미널에서 여섯 살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가방을 멘 채 홀로 울고 있었다. 행인의 신고로 경찰서에 인계됐지만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는 자기 이름도 나이도 알지 못했다. 신원 '미상아(未詳兒)'로 복지시설에 넘겨진 그는 미상아로 불리다 민상아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치아 상태를 근거로 1992년생으로 추정할 뿐이다.

유달리 달리기를 좋아했던 민상아는 2011 아테네 하계 스페셜올림픽 육상 1500m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 스페셜올림픽은 전 세계 지적발달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인 스포츠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다. 그가 국제 대회에 나간 이유는 단 하나, 엄마를 찾기 위해서다. 민상아는 메달을 따 유명해지면 엄마에게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묵묵히 고된 훈련을 견뎌냈다.

조선일보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동계 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100m 정상에 오른 민상아.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면 엄마가 찾을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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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크로스컨트리 선수로도 국제 대회에 나선 그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열린 2017 오스트리아 동계 스페셜올림픽 크로스컨트리 100m 경기에서 1위(25초63)를 차지했다. 그는 세 문장 이상 논리적인 의사 표현을 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오랜 시간 준비해온 듯 또렷한 음성으로 우승 소감을 말했다.

"엄마, 보고 싶어요. 금메달 목에 걸어주고 싶어요. 좋은 거 사주고 싶어요."

그를 찾는 연락은 아직 없다. 민상아는 20년 남짓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으며 자립 의지를 키웠다. 비장애인과 함께 공부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고 제빵도 배우고 있다. 최종 목표는 '운전면허 취득'이다. 차를 운전하며 어디든 갈 수 있어야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지적장애 3급인 그는 지난 2년간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준비했지만 4차례 낙방했다. 계속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민상아는 스포츠를 시작하기 전까지 말투도 굉장히 어눌하고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를 찾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며 생각이 깊어지고 사람과 사귀려는 의욕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12년간 그를 지도한 김수옥 코치는 "발달장애인이 규칙적으로 꾸준히 스포츠 활동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민상아는 국제 대회에서 여러 성취를 이루며 사회 진출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고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고 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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