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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밤중 한국 축구대표팀 숙소에 울려퍼진 폭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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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축구해설가의 ‘농담’ 뒤 실제 ‘폭죽소리’ 증언

SNS에선 “축구팬 10명이 호텔서 터뜨렸다”고

호텔 쪽 “모르겠다”…“중국인 이미지 악화 걱정”



한겨레

“10명의 추미가 한국팀 숙소인 캠핀스키 호텔에서 새벽 2시에 10분 간격으로폭죽을 터뜨렸다.” 웨이보 갈무리


“한국팀 호텔에 가서 폭죽을 터뜨려야 합니다. 마치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요. 밤새도록 폭죽을 쉴새없이 터뜨려서 잠을 못 자게 해야 합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한-중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22일,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 축구해설원 류자위안은 한국팀 훈련 장면을 인터넷방송으로 생중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류는 뒤이어 “폭죽이 없으면 집안의 징이나 냄비를 호텔에 들고와 두드리세요. 여러분들 시간을 잘 나눠서, 한번에 벌떼처럼 (새벽) 1시에 (모두) 몰려가지 말고, 1시에 한 조가 가고, 그들이 잠시 잠이 들게 한 다음에, 3시쯤 꿈꾸고 있을만한 시각을 기다렸다가 다시 한 조가 가고, 5시에 다시 가고, 그러다 아침엔 다같이 광장무를 추는 거죠.”

류는 이튿날 자신의 웨이보(SNS)를 통해 ‘누리꾼들과의 한가한 잡담’이었을 뿐인데 많은 이들이 우려와 경고를 전해왔다며, ‘잊자’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그날밤 한국 대표팀 숙소인 창사캠핀스키 호텔 주변에서 실제로 폭죽 소리가 들렸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호텔에 머물면서 현지 응원단 관리업무 지원에 참여한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함께 있었던 사람들끼리 새벽에 폭죽 소리에 깼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웨이보(SNS)에서는 아래와 같은 글이 사진과 함께 유통됐다. “한국팀은 선수들의 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 호텔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창사 추미(축구팬)들은 한국 뜻대로 되도록 할 수 없다. 오늘 새벽 2시, 대략 10명의 창사 추미들이 캠핀스키 호텔에 와서 10분 간격으로 폭죽을 터뜨렸다. 의도는 충분히 명백하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 사실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어떤 누리꾼은 “이런 승리는 필요없다”는 글을 올리면서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류자위안의 경솔함을 비판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더 많은 누리꾼들은 “한국팀은 33층에 묵었는데 5성급 호텔의 방음이 그것밖에 안 되겠느냐”, “추미가 아니라 부근의 한 노인이 돌아가셔서 장례용 폭죽을 터뜨렸고, 두 번밖에 안 했다”, “5성급 호텔이 인근 지역에서 폭죽을 터뜨리도록 그냥 두겠느냐. 직원들은 뭘 하느냐”는 등 그런 일이 일어났을 리 없다는 반응이다.

캠핀스키 호텔 쪽은 24일 <한겨레> 기자가 ‘그날 밤 누군가 폭죽을 터뜨린 일이 있었느냐’고 묻자, “우리도 확실히 상황을 알지 못한다. 정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 관련 콘텐츠 사업을 하는 한 중국인은 “아마도 류자위안은 이번 일로 중국에서 많은 비난을 받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국에서 중국인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창사/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한겨레

“이런 승리는 필요 없다” 웨이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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