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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회계법인 '빅4' 체제 균열…'존폐' 기로의 딜로이트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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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안진에 신규 감사계약금지 1년…"빅3-안진" 격차 커질 것"]

회계업계 2위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1년간 신규감사 계약을 금지하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일부 비상장사를 제외한 대다수 기업과 새로운 감사계약이 불가능해져 회계업계 '빅4' 체재의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4일 임시회의를 열어 안진에 대해 12개월 부분 업무정지를 결정했다. 신규 감사 금지 대상은 △감사차수 3년차 이상의 상장사 △비상장 금융회사 △증선위 지정감사 법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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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그간 회계법인 '빅4'의 일원이었던 안진의 위상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안진은 2016 회계연도 기준 총 1068개, 상장회사 기준으로는 223개 기업의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했으며, 매출 기준 회계업계 2위로 국내 감사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했다.

◇'신뢰추락, 회계사 이탈'…"빅3-안진 격차 커질 것"=비상장사가 감사계약 금지 대상에서 빠졌지만, 비교적 감사보수가 높은 대형 상장사들과의 재계약이 불가능해진 게 큰 악재다.

또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은 같은 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장 계열사의 감사계약 금지는 비상장 계열사들의 계약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회계법인의 존립 기반인 신뢰도가 추락한 탓에 비상장사들 역시 신규 감사계약 또는 재계약을 꺼릴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소속 회계사들의 이탈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무정지 가능성이 거론된 지난해 말부터 이미 안진 소속 회계사들의 이직과 재계약 대상 기업들의 이탈 등으로 감사본부의 영업 기반이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도 있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안진과 외부감사 계약을 맺었던 주요 기업들은 중·소형 법인보다는 신뢰도가 높은 삼일·삼정·한영 등 다른 '빅4'와 계약할 가능성이 높고, 안진에서 경쟁사로 이직한 회계사들을 기존에 감사하던 기업들이 따라갈 수도 있다"며 "3개 경쟁사와 안진의 격차가 벌어져 기존 '빅4'가 '빅3'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무정지 당한 회계법인 모두 '폐업'…안진은?=과거 사례를 보면 영업정지를 받았던 대형 회계법인들은 모두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대표적 사례는 2000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당시 외부감사인을 맡았던 산동회계법인이 꼽힌다. 당시 업계 3위였던 산동은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외부감사를 맡았는데 소속 회계사 50여 명이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한 혐의로 1년간 영업정지를 당했고, 끝내 폐업했다.

1999년에도 청운회계법인이 대우통신 부실감사로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문을 닫았고, 2009년에는 화인경영회계법인이 케이디세코 분식회계 방조 혐의로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뒤 폐업했다. 세 곳 모두 소속 회계사들이 떠난 뒤 '회계감사 불능'을 선언, 자진 폐업하는 수순을 밟았다.

◇딜로이트-안진 제휴 계속될까=딜로이트와 안진의 제휴가 지속될지도 관심사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가 필수다. 제휴가 끊기면 감사보고서의 '권위'가 추락하기 때문이다.

외국계 회사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에게도 외면을 받게 된다. 실제로 KPMG는 과거 제휴 중이던 산동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당하자, 산동과의 제휴를 해지하고 삼정회계법인과 제휴를 맺었다. KPMG삼정이 '빅4'로 진입한 계기다.

일단 딜로이트안진은 징계와 관계없이 제휴는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해 말 딜로이트의 로저 다슨 부회장이 금감원을 방문, 징계 관련 의견을 나눴을 때도 "딜로이트안진의 감사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면서 제휴 지속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영업정지 현실화로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안진의 회계사 유출이 가속화돼 회사가 쪼그라들 경우, 제휴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딜로이트는 매년 안진 수익의 일부를 라이선스 비용 형태로 받는 만큼 영업정지는 딜로이트의 직접적인 수익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업계 일각에선 딜로이트가 안진과 제휴를 해지할 경우 국내 다른 회계법인과 제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삼일·안건·산동·영화·안진 등 '빅5', 현재 삼일·안진·삼정·한영 등 '빅4'는 모두 글로벌 회계법인과 제휴를 체결했다"면서 "딜로이트의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이 낮은 만큼, 어떤 형태로든 회계시장 '빅4'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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