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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HBR 경영의 지혜]돈이 남아도는 시대… 투자 수익률 욕심을 낮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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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동안 기업 경영자 대부분은 자본을 가장 소중한 자원으로 여겼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수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은 돈이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코리아 3월호에 소개된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금융자본은 지난 30년간 3배 이상 늘었다. 1990년 글로벌 금융자산은 220조 달러였지만 2010년엔 600조 달러로 늘었고, 2020년이면 약 90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자산의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1990년엔 6.5배, 2010년엔 9.5배 수준이었고, 2020년엔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자본이 풍부해지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자본조달비용은 당연히 낮아지는 법이다. 베인앤드컴퍼니가 160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가중평균자본비용을 분석한 결과, 1980년에 자본비용은 약 16%에 달했지만 지금은 5∼6%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돈이 남아도는 세상에서 전략적으로 적용해야 할 투자 원칙은 무엇일까. 최소 요구투자 수익률을 과감히 낮추라는 게 베인앤드컴퍼니의 조언이다. 미국 제조업생산성혁신협회의 설문조사 결과, 미국의 대다수 제조업체는 10년 이상 최소 요구투자 수익률을 12∼14% 수준으로 고정시켜 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연 12%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베인앤드컴퍼니는 대부분 기업에서 설정해 놓은 최소 요구투자 수익률이 실제 자본비용보다 6.5%포인트에서 7.5%포인트 정도 높다고 추산한다. 이처럼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보니 일선 현장에서 너무 많은 투자 기회를 거부하고 있고, 기업들은 쌓여가는 현금을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만 쓰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결국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으려면 먼저 투자 결정의 시금석이 되는 최소 요구투자 수익률부터 재조정해야 한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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