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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송으뜸의 트렌드 읽기]광장과 집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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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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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성큼 다가온 봄과 함께 겨울 내내 온 나라를 뒤흔든 탄핵 정국도 일단락되었다. 여전히 지난한 정치적, 사회적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한국 사회를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 성숙한 정치 참여가 뒷받침되어야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맥락에서 상당수 국민이 이번 탄핵 정국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깨닫고,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국민의 정치의식에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결국 ‘광장’의 힘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각자의 정치적 견해는 차치해 두고, 이토록 많은 인파가 광장에 모여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을 주고받는 모습은 모두에게 생경한 경험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여럿이 광장에 모이고, 어떤 의견을 개진하는 ‘집회’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집회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며, 선정적이라는 인식이 배경으로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집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 전체의 74.5%가 국민으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집회가 효과적이라고 봤으며, 집회를 통해 자신의 의사가 국정에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60.3%에 이르렀다.

특히 정치 성향이 진보적일수록 집회를 효과적인 의사 표현 방법으로 바라보고(진보 87.9%, 중도 73.2%, 보수 52.7%), 개인의 의견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진보 74%, 중도 59.1%, 보수 37.4%) 경향이 강한 모습이었다. 더 나아가 10명 중 7명(69.2%)은 집회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문화라고 인식했다. 집회는 과격하며, 정치적인 구호만이 난무한다고 생각하던 과거의 시선과는 많이 달라진 것이다. 다만 정당이나 의회가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69.7%)이 많아, 정치적 의도를 가진 집회는 경계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집회에 대한 인식 변화에는 탄핵 정국 내내 열린 ‘촛불 집회’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촛불 집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 없는 평화 집회였으며, 집회를 하나의 축제이자 문화로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정치에 무관심하던 다수의 국민에게 정치 참여의 필요성을 일깨운 것을 중요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실제 전체 79.1%가 이번 집회를 계기로 국정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20대 84%, 30대 84%, 40대 77.6%, 50대 70.8%) 중요한 계기가 됐다. 또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는 시각도 10명 중 8명(79.2%)에 이르렀다.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는 사회에서는 광장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정치를 펼치고,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간다. 그런 점에서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운 이번 탄핵 정국 및 촛불 집회의 풍경은 한국 사회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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