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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분수대] 중국에도 No 할 수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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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수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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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연애와 닮았다. 관계의 기본은 결국 밀당이니까. 물론 차이는 있다. 애인은 사랑이 식으면 안 보면 끝인데 국가끼린 그럴 수가 없고, 연애와 달리 외교에선 다각 관계가 기본이다. 대한민국은 위로는 말썽쟁이 이웃, 바다 건너엔 서로에게 으르렁대는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중견국이다. 이런 우리에게 외교란 생존을 위한 까다로운 고차방정식이다. 연애가 일상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듯, 외교도 국가의 운명을 다양한 색으로 변화시킨다. 이왕이면 그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 외교안보 리더들은 지성미에만 몰두하셔서 그런가. 국가 간 연애인 외교는 투박하고 서툴다는 인상을 받는다. 적어도 대중국 외교는 그렇다.

묻는다. 어느 정부가 특정 국가로 인한 미세먼지 때문에 자국민이 다대한 피해를 보는데도 불구하고 문제 제기를 안 하는가. 우리 집에 물벼락을 내릴지 모르는 C(북한)라는 난봉꾼 때문에 B(미국)에게 우산을 빌렸다고 치자. 우산을 다 편 것도 아닌데 그 우산이 자기를 찌를지도 모른다고 길길이 날뛰며 나를 모독하는 A(중국)를 어찌하면 좋을까. 우린 A에게 그간 ‘날 잡아 잡수’라며 손쉬운 상대로 스스로를 낮춘 건 아닐지. A와 B 사이에서 밀당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게 우리다. A와 B를 때로는 속여야 하고, 좋아도 싫어도 살짝만 티를 내야 한다. 이악스럽게 화를 내면 우리만 품격 떨어진다(지금 중국을 보라). 우린 너무 뜨겁게, 너무 솔직하게 연애를 했다. 떠나가는 A의 옷소매를 부여잡아 봐야 내 손만 아프다. 그렇다고 삐쳐서 B에게 매달리는 것도 매력 없다. 이럴 때일수록 내면과 외모를 모두 가꾸며 떠나간 A가 땅을 치며 후회하도록 멋진 존재가 돼야 한다.

지난주 일부러 찾아간 제주는 천국이었다. 푸른 바다를 보며 맛보는 제철 한라봉과 인심 좋은 아저씨가 가득 담아준 갈치회는 꿀맛이었다. 이런 즐거움을 못 느낀다니, 중국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바다.

이참에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자. 관광객의 국적 다변화 조치를 취하고, 내국인을 역차별해 온 관광 정책도 뜯어고치자. 미세먼지도 정식으로 국제사회에 주의를 환기시키면 어떨까. 대신 말이나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전략적이고도 매력적으로 움직이자. 중국에도 ‘No’라고 할 건 하면서 말이다. 국민 모두가 행동해야 할 때다. 대통령도, 제대로 된 정부도 없는 지금은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리더이자 외교관이다. 정직한 외교만큼 남 좋은 일만 하는 바보짓은 없다. 시간이 많지 않다. 제주의 봄날은 곧 간다.

전수진 정치부 기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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