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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축구굴기’에 당한 한국, 중국도 라이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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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길의 관전평

경향신문

공한증(恐韓症)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의 원정경기(0-1 패)에서 졸전을 벌였다. 공격에선 연계가 실종됐고, 중원에선 답답한 패스만 반복했다.

그나마 영민한 반응을 보이던 수비조차 세트피스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 상대가 한국이 18승12무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자랑했던 중국이란 것이 더욱 충격이다.

축구는 감독이 두는 한 판의 바둑이라 말한다. 내려놓는 돌 하나하나에 모든 계산이 담겼다. 그런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손발을 묶는 악수만 뒀다. 챌린지(2부)에서 뛰는 이정협(부산)을 믿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전술을 가장 잘 아는 그에게 해결사 노릇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전술은 이정협에게 어울리지 않는 공중볼 다툼을 요구했으니 한숨이 나왔다. 그럴 바에는 플랜B로 취급하고 있는 김신욱(전북)을 선발로 쓰는 것이 옳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김신욱을 넣었지만, 이번엔 세컨드볼을 잡을 준비조차 안됐다.

전반에만 7개의 오프사이드를 잡아낸 수비를 빼면 과연 우리가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무엇을 준비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이 수비도 라인을 끌어올린 것과 달리 전방에선 압박 축구를 시도하지 않아 목적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다. 한국이 경기 내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에 고전한 이유다.

중국이 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분명 중국도 패배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인 나머지 선 수비 후 역습에만 초점을 맞추는 약팀의 전형적인 축구를 했다.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능력(세트피스)에 걸맞은 준비로 승리를 챙겼다는 사실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중국이 ‘축구굴기’를 외칠 때 클럽과 달리 대표팀에는 돈잔치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 또한 여기에 동의했지만, 오늘 경기를 보니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축구는 결과가 전부다. 이젠 한·중전도 한·일전과 같은 라이벌전이 됐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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