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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월드이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차량으로… 또 '소프트 타킷'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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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 회색 SUV로 행인 덮친 후 차에서 내려 경찰관 찔러 / 런던 ‘차량·흉기 테러’로 4명 사망 / 베를린·니스 ‘트럭 테러’와 유사… 평화롭던 의사당 주변 ‘아비규환’ / 브뤼셀 테러 1주년에 감행 충격 / 괴한, 경찰 찌른 후 현장서 사살돼… “인명 살상보다 공포 조장 목적”

22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정치의 중심지이자 대표적 관광명소인 의사당 주변에서 발생한 테러는 유럽인들의 공포심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벨기에 브뤼셀 테러가 일어난 지 꼭 1년 만인 이날 경계태세가 강화된 가운데 테러가 발생한 데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지난해 7월 프랑스 니스에서 발생한 트럭 테러와 유사하게 불특정 다수인 ‘소프트 타깃’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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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관광객이 북적이며 평온했던 런던 의사당 주변이 아비규환의 현장이 된 건 이날 오후 2시40분쯤 회색 SUV 차량이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 인도를 향해 돌진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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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철제 담장에 부딪혀 멈춰선 테러 차량 주변에서 경찰관들이 부상자들을 살펴보고 있다.런던=AP연합뉴스


더 타임스는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차량이 시속 70마일(약 112㎞)로 달렸고, 행인 수십명이 치여 공중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황급히 차량을 피해 도망가면서 떠밀려 넘어진 사람이 속출했고, 한 여성은 템스강에 뛰어들었다 구출되기도 했다. 한 여성 목격자는 채널4뉴스에 “테러 차량이 사람을 치고 깔아뭉개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시민 2명이 치명상을 입어 숨졌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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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사지 외무차관 영웅으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인근 테러 현장에서 토비아스 엘우드 외무차관(가운데)이 테러범의 칼에 찔려 쓰러진 경찰관에게 심장마사지를 하고 있다. 이 경찰관은 끝내 숨졌다. 이 모습이 온라인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엘우드 차관은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런던=AP연합뉴스


‘광란의 질주’는 차량이 의사당 북쪽 철제 담장에 부딪힌 뒤 멈췄지만 테러는 계속됐다. 검은색 옷을 입은 테러범은 칼을 들고 차량을 빠져나온 뒤 의회에 들어가기 위해 정문 입구를 향해 이동했고 경비를 서던 경찰관 키스 팔머(48)를 찔렀다. 이후 다른 경찰을 또다시 공격하려 하자 사복 경찰이 총격을 가했고 테러범은 숨졌다. 팔머가 부상하자 인근에 있던 토비아스 엘우드 외무차관이 심장마사지 등을 시행했지만 그는 끝내 숨을 거뒀다.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 당시 동생을 잃은 엘우드 외무차관은 대피하라는 경찰 지시에도 끝까지 현장을 지켜 ‘영웅’으로 떠올랐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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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공격”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런던테러 관련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테러를 “역겹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런던=AP연합뉴스


이번 테러는 지난해 3월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테러범 포함 34명 사망) 1주년을 맞아 유럽 각국이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해 충격파가 컸다. 특히 영국은 2005년 7월 런던 지하철·버스 폭탄 테러로 52명이 사망한 뒤 대테러 예산을 30% 증액했고, 지난 1년 동안 화기를 다룰 수 있는 경찰 인력 확대(2800명), 국경 검문검색 강화 등의 정책을 폈지만 이번 테러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아울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차량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단순한 인명 살상이 아니라 ‘공포’나 ‘혼란’을 조장할 목적의 테러가 일반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BBC방송은 “영국 정보기관 MI5 등은 수개월 동안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대규모 폭탄테러 계획을 적발하는 데 매우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차량을 사용한) 이번 테러는 막지 못했다”며 베를린 트럭 테러와 같은 공격이 새로운 테러 수법으로 채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5년 지하철 테러 이후 대규모 공격을 받지 않은 영국에서 테러 없는 시대가 끝났다”며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노력이 시민들을 영원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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