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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세월호' 글자마저 희미해진 1천73일…녹슬고 긁힌 상처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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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야간 인양작업
(진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상하이샐비지 선원들이 23일 밤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야간 인양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23일 오전 4시 47분. 승객 304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맹골수도 아래로 모습을 감췄던 세월호가 1천73일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좌현으로 누운 채 잠겨있던 선체가 그대로 떠올라 수면 위로 보이는 건 세월호의 오른쪽 측면뿐이었다.

3년의 기다림 끝에 수면 위로 떠오른 세월호는 한눈에 봐도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한때 흰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져 매끈했던 선체는 부식돼 온통 얼룩덜룩 붉게 변해 있었고 여기저기 긁힌 흔적과 오랜 시간 해저에서 켜켜이 쌓인 부유물이 지저분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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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사진공동취재단 제공=연합뉴스]



인양 작업이 계속되면서 1·2층 화물칸인 파란색 하부와 3·4층 객실, 5층 조타실·객실이 있는 흰색 상부 등 세월호 우현의 전체 모습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근접 촬영한 영상에서는 세월호 선체 주변으로 촘촘한 그물망도 눈에 띄었다.

인양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미수습자나 구조물 유실을 막기 위해 잠수사들이 설치한 그물망은 세월호 우현의 창문 250개와 출입구 42개에 설치됐다.

물과 잔존유를 빼느라 배에 뚫었던 100여개의 구멍 중 일부도 눈에 들어왔다.

선체의 'SEWOL'(세월)이라는 이름은 아주 흐릿해져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웠다.

맹골수도의 험한 물살과 아픈 세월을 견뎌내기 버거웠던 듯 이름마저 씻겨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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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73일의 기다림 끝에...
(진도=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23일 오후 공중에서 촬영한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의 세월호 인양 장면. 세월호 선체는 오후 2시 현재 수면 위 6m까지 들어 올려져 있다.



밤새 선체가 떠오르기만을 애끓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아이와 가족이 3년간 잠들어 있던 세월호의 처참한 겉모습에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 데 있었구나. 불쌍해서, 추워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가슴을 쳤다.

본격적인 인양 작업에 돌입한 지 17시간여 만인 오후 2시께 세월호가 수면 위 6m까지 떠오르면서 선체가 더 또렷하게 보였다.

인양 현장의 모습을 담은 일부 사진에서 선체 표면에 균열이 생긴 것 같은 장면이 포착돼 한때 '금이 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확인 결과, 선박의 측면에 부착돼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인 빌지킬(bilge keel)의 그림자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세월호를 물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잭킹바지선의 인양줄에 선체가 닿는 간섭 현상 때문에 속도를 내던 인양 작업도 저녁 시간대로 접어들면서 다소 지체됐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께 선체가 해양수산부가 설정한 목표 높이인 수면 위 13m까지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작업이 지체되면서 이날 오후 5시 현재 수면 위 8.5m까지 올라왔다.

목표의 절반 이상 공정을 진행했지만 본 인양 초기보다는 속도가 떨어진 상태여서 세월호 선체는 이날 오후 늦게 수면 위 13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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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사진공동취재단 제공=연합뉴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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