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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뉴스분석] "일단 살리고 보자"… 또 혈세로 '대마불사'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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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4조2000억 투입 후 채권단·정부 “추가 지원 없다” 공언 / 파산 땐 막대한 경제적 손실 고려… “일단 살리고 보자”로 입장 바꿔 / 한진해운과 형평성 논란 불가피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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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밑 빠진 독 물 붓기’인가, ‘회생을 위한 마지막 수혈’인가.

파산 위기의 대우조선해양에 다시 국민 혈세인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된다.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지원 결정 이후 “추가지원은 없다”던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공언은 거짓말이 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규자금 투입엔 전제 조건이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 이른바 ‘채무재조정’이다.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이 100% 출자전환(주식으로 교환)되는 등 은행과 투자자들이 들고 있는 대우조선 채무 3조8000억원의 손실분담이 추진된다. 이 조건이 충족되어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규자금을 투입한다. 채무재조정에 실패하면 다음 수순은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이다. 강제로 채무재조정을 하면서 신규자금도 투입하는 새로운 형식의 법정관리다. 끝까지 ‘대우조선 살리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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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이해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하는 데 합의하는 경우에 부족한 유동성을 적기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이 공언을 뒤집으며 신규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대우조선 파산 시 발생할 막대한 국민경제적 손실 때문이다. 삼정회계법인 실사로는 작년 말 기준 최대 59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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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원안은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정부 비공식 경제현안회의) 결정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짰다. 신규수주를 2017년 20억달러, 2018년 54억달러로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고, 현재 협상 중인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 해양플랜트 인도 문제도 내년 말까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가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악 상황에서도 5년간 버틸 수 있게 짰다”고 말했다.

2015년 서별관회의의 결정이 반면교사가 됐다. 당시 지원안은 2016년 115억달러 수주, 소난골 사태 해결을 전제했으나 실제 수주는 15억4000만달러에 그쳤고 소난골 사태도 마냥 지연됐다. 그 결과 당초 계획에서 3조4000억원이 펑크났다. 현실적 이유와 명분에도 파산한 한진해운과의 형평성 논란, 대마불사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모든 논란을 잠재울 변수는 결국 정상화 여부다. 세계적 조선업황 분석기관 클락슨은 작년 바닥을 찍고 올해부터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의 운명, 이제 업황에 달렸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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