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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위 CU편의점 양심이 겨우…"죽음도 가맹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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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숨진 지 100일…공개사과 요구 또 결렬

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정석호 수습기자

노컷뉴스

(사진=정석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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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의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이 살해된 사건을 두고 해당 본사가 가맹점주 수준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새벽, 경북 경산의 CU편의점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하던 A(36) 씨는 봉투 값을 내라는 말에 격분한 5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로 무참히 살해됐다. 편의점 계산대가 종업원을 에워싸는 구조로 돼 있어 A 씨는 피할 수도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렇게 어이 없는 죽음이 발생하고 100일이 지난 23일,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열린 알바노조 기자회견에서도 유족들은 결국 공개사과를 받지 못했다. 비공개면담을 요구한 본사 측과 2시간 넘게 대치한 끝에 면담은 결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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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때 A 씨의 아버지가 가맹점주를 통해 본사 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깜깜무소식이었다. 산재보험 보상금 문제도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를 통해서 이뤄졌다. 외동아들을 잃은 뒤 아내와 함께 세상 살아갈 의미를 잃었다는 A 씨의 아버지는 책임 있는 사과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사는 뒤로 빠지고 가맹점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인력관리나 채용은 가맹점주의 몫이다. 권한이 있으면 의무도 있는 법"이라고 전했다.

CU는 점포 수 1만여 개로 업계 선두주자다. 1인 가구가 늘어 마트 매출은 줄고 있지만, 편의점업계만큼은 승승장구다. 덕분에 BGF리테일은 비수기에 해당하는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U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광석(34) 씨는 "내가 GS편의점 유니폼이 아니라 반드시 CU 유니폼을 입어야 하듯이 CU 본사는 CU 간판 아래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관련성을 부인해선 안 된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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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현장에 있던 홍종기 노무사는 "가맹점주에게 인력관리 전반에 대해 지휘감독하는 게 CU본사와 같은 가맹본부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편의점이 직영이 아닌 가맹점이라는 것이 본사의 나몰라라 식 태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BGF리테일의 이같은 방침이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기업이 쟁쟁한 상황에서 악덕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수많은 알바 노동자는 곧 편의점 소비자이기도 하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 교수는 "CU노동자는 안전하고 우리는 상생한다는 점을 보여주면 그것이 또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다"며 "상징적인 이미지가 나중에 이득이 돼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택수 간사 역시 "노동자 문제는 비용 문제로 환원할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요구에 귀 기울이는 게 경영 측면에서도 나중엔 더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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