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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촛불 이후 율곡로 제한할까, 말까?…경찰, 집회 마지노선 두고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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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턱밑까지 진출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이후 경찰이 집회·시위 장소 마지노선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집회 장소를 이전처럼 율곡로와 사직로 이남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고 경찰의 금지통고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전례가 생기면서 향후 대규모 집회·시위에서 치열한 법적공방도 예상된다.

■촛불집회까지는 허용, 이후 대규모 집회는 ‘안돼’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촛불집회 이후 대규모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율곡로와 사직로 이남으로 장소를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율곡로와 사직로 너머 청와대로부터 100m나 200m 지점에서의 집회·시위도 자연스럽게 제한된다.

다만 이달 25일과 내달 15일 예정된 촛불집회의 경우 이미 신고가 된 만큼 율곡로와 사직로 행진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5일 주말 촛불집회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을 요구하며 율곡로를 지나 삼청동 총리공관으로의 행진을 예고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미 파면됐기 때문에 청와대나 헌법재판소 방면 행진은 하지 않는다.

율곡로와 사직로에서의 집회·시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에 따라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의사당, 헌재, 각급 법원 등 주요 지점으로부터 100m 이상 떨어진 장소에서 집회·시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찰의 방침이 과도한 제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대규모 집회·시위를 율곡로와 사직로 이남으로 제한하는 것은 경비의 어려움 때문이다. 대규모 시위대가 율곡로와 사직로를 지나 청와대 인근으로 진출할 경우 경찰 대응이 쉽지 않다. 청와대앞길은 청운동주민센터 방향을 포함해 사방으로 도로가 나있어 돌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경찰은 또 주요도로에서 심각한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있으며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등 이유로 율곡로와 사직로에서의 대규모 집회를 제한해왔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에도 경찰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청와대 방면 행진을 막아섰다.

■"제한하고는 싶은데..."...법적 논란 소지
이번 촛불집회가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진출한 것은 달라진 법원의 판단 덕분이었다. 경찰과 퇴진행동은 이번 촛불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치열한 법적다툼을 벌였다. 경찰이 행진 금지를 통고하면 퇴진행동은 반발하며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경찰 금지통고의 근거는 ‘해당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으면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집시법 조항이다. 하지만 이전까지 번번이 경찰의 금지통고를 받아줬던 법원은 이번에는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사상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읽은 데다 촛불집회가 시종일관 평화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법원의 전례 없는 판단에 긴장하며 고심하고 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을 근거로 앞으로 청와대 인근 대규모 집회·시위 신고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경찰 내부에서는 법률 전문 인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경찰이 성숙된 시민의식에서 비롯한 비폭력 평화집회가 정착되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집회·시위 장소 제한을 고심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는 집회의 직접적인 대상이 대통령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가급적 집회를 율곡로와 사직로 이남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이미 집회가 열렸던 경험이 있고 법률적 문제도 있어 무작정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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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사진=fnDB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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