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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WBC] '달라진 눈빛'으로 첫 샴페인 터뜨린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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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함·단결력·애국심으로 뭉친 빅리거들, 마침내 경쟁국 압도

연합뉴스

WBC 첫 우승 후 성조기 휘날리는 미국 선수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야구 종가' 미국이 마침내 '달라진 눈빛'으로 야구 국가대항전인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첫 샴페인을 터뜨렸다.

미국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끝난 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0으로 완파하고 2006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종전 최고 성적이 2009년 준결승 진출이었을 정도로 미국은 이 대회에서 맥을 못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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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최우수선수 스트로먼 [AP=연합뉴스]




선수 전원을 세계 최고 리그에서 뛰는 메이저리거로 구성하고도 변방에서 온 복병들에 번번이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1, 2라운드와 준결승·결승 토너먼트까지 8경기를 치르는 동안 세 번의 탈락 위기가 있었지만, 미국은 모두 설욕전을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미국은 1라운드에서 2승 1패를 거둬 지난 대회 챔피언 도미니카공화국(3승)에 이어 C조 2위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에서 푸에르토리코에 패해 또 탈락 고비에 이른 미국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단두대 매치'에서 6-3으로 승리, 1라운드 패배를 되갚고 준결승에 올랐다.

준결승에선 2009년 WBC 4강전에서 4-9로 패한 일본을 2-1로 어렵게 따돌리고 결승에 진출했다.

상승 무드를 탄 미국은 2라운드에서 5-6으로 석패한 푸에르토리코를 결승에서 다시 만나 공수에서 완벽한 힘의 우위를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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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우승컵 처음으로 들어 올린 미국 [AP=연합뉴스]



정규리그 직전에 열리는 WBC를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 정도로 여기던 과거 선수들과 달리 이번 미국 선수들의 눈에는 독기가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이전 세 차례 대회에서 지나치게 여유를 보이던 것과 달리 이번 대회에서 미국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면서 "선수들의 면면이 과거보다 화려하다고 말할 수 없으므로 달라진 마음가짐이 우승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평했다.

송 위원은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구단의 구심점으로 지난해 한국인 타자 김현수(29)의 팀 적응에도 큰 도움을 준 애덤 존스가 이번 미국 대표팀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고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펼친 점에 주목했다.

존스는 최근 일간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클럽하우스에서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며 누구랄 것 없이 희생에 앞장선다"며 성조기 아래 모인 빅리거들의 단결된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조 2위로 아슬아슬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최대 난적으로 꼽힌 일본도 1점 차로 간신히 제치면서 미국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이 나아지고 덩달아 미국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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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WBC 첫 우승 이끈 릴랜드 감독 [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명장 중 한 명이던 짐 릴랜드 감독의 통솔력도 미국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릴랜드 감독은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지휘했다.

내셔널리그에서 두 번, 아메리칸리그에서 한 번 등 총 세 차례 리그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된 그는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지도 철학을 실천하며 '모래알'이라던 미국 팀을 하나로 묶어 마침내 WBC 우승 숙원을 풀었다.

우승이 결정되는 이날 결승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세 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버스터 포지 대신 자신의 선수 교대 출전 방침 대로 전날 쉰 조너선 루크로이(텍사스 레인저스)를 믿고 내보낸 것도 릴랜드 감독의 선수 기용 철학을 엿보게 한다.

선수들이 단기전을 치르면서 그간 몰랐던 동료를 더욱 잘 알게 돼 친밀도를 높인 것도 조직력이 배가된 이유다.

올림픽, 프리미어 12 등 국가 대항전을 상대적으로 자주 치른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미국은 최고를 자부하는 메이저리거들이 단일팀을 구성하는 경우는 이 대회 말곤 없기 때문이다.

송 위원은 "전·현직 메이저리거를 앞세운 푸에르토리코,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의 선전이 미국 대표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한 것도 선전의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선전은 WBC 대회 사상 처음으로 관중 100만 명 돌파라는 대회 흥행으로 직결됐고 이 덕분에 야구 최강국 결정전이라는 대회 취지도 살게 됐다.

결국 '절대 강자' 권좌를 차지한 미국과 이제 미국을 넘으려는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한국, 일본 등 여타 경쟁국의 설욕 의지가 맞물려 이런 분위기가 2021년 열리는 5회 대회 흥행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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