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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73일 만에 물 밖으로 나온 세월호는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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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녹슬고 곳곳 구멍…선체 ‘SEWOL’ 글씨 안 보여

침몰 순간 학생들이 창문 깨려던 객실도 보여

13m 위로 나오면 부식상태 등 좀더 잘 보일듯

미수습자 가족들 “기쁘면서도 참담했다”


한겨레

23일 세월호 침몰 해역인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중국 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의 재킹바지선 두척이 세월호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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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일 만에 물 밖으로 올라온 세월호의 모습은 처참했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곳곳이 긁히고 심하게 녹슬어 있는 선체를 보며 “참담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안에 있을 9명의 상황이 가족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23일 오전 4시47분, 세월호는 전남 진도 맹골수도 위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인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7시간 만에 세월호 구조물 일부가 보였고, 1시간이 더 흐르자 눈으로 세월호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까지 떠올랐다. 이날 낮에는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 6m까지 올라갔다. 하늘도 바다도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듯 잔잔하기만 했다.

왼쪽으로 누운 채 바닷속에 있던 선체를 그대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세월호의 오른쪽 측면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물 밖으로 나온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들뜬 마음으로 승선했던 하얀색 배가 아니었다. 선체 표면이 녹이 슬어 곳곳이 검은빛으로 변해 있었다. 바닷속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인지 선체에 있던 ‘SEWOL’(세월)이라는 글씨는 보이지 않았다. 선체는 3년의 세월을 보여주듯 여기저기 부식되고 긁힌 흔적이 많았다. 세월호는 많이 달라졌지만, 1·2층 화물칸인 파란색 하부와 3·4층 객실, 5층 조타실·객실이 있는 흰색 상부 등 세월호 구조는 비교적 명확히 보였다.

4층 ‘B-19’ 객실도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세월호가 침몰하는 순간 아이들이 창문을 깨려고 철제 사다리를 두드리던 곳이다. “물에 잠기기 직전 4층 B-19 객실 창문에는 흰색 물체가 여러 번 부딪히고 있었다. 침대용 철제 은색 사다리였다.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에도 두꺼운 창문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B-19 객실이 바다에 잠기기 직전까지 학생들은 창문으로 사다리를 던졌다. 몇초 후, 바닷물이 선수(뱃머리) 우현의 ‘SEWOL’이라는 글자를 집어삼켰다.”(‘세월호, 그날의 기록’ 중 일부분) 아이들의 목소리는 끝내 들을 수 없었지만, ‘이곳에 사람이 있다’ ‘살려 달라’는 마지막 울부짖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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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상에 침몰한 세월호가 사고 발생 1073일 만에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세월호는 13m까지 부양된 뒤 반잠수식 바지선에 실려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거치될 예정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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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가까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세월호 선체 주변에 촘촘한 그물망 같은 것도 보였다. 이는 인양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미수습자나 구조물 유실을 막기 위해 잠수사들이 미리 설치한 것이다. 세월호 창문과 출입구 등 모두 292개가 설치돼 있다. 배에 구멍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해수부는 인양을 준비하면서 선체에 120여개의 구멍을 뚫었다. 에어백을 넣기 위한 구멍은 13개인데, 가로·세로가 1.4m, 1.6m에 달하는 것들도 있다. 배 안에 찬 물을 빼야 한다며 아래쪽에 뚫은 구멍 등 모두 합하면 126개나 된다. 유실 방지망을 설치했지만, 유류품과 시신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구멍을 뚫은 것은 인양에 반드시 필요한 부력 확보, 해수 배출을 위해서였다”며 “구멍도 객실이 아닌 선체 오른쪽 화물칸이나 하부에 대해서만 진행해 시신 유실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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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간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23일 오전 마침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16일 사고 당일 침몰 중인 세월호(위)와 1073일 만에 끌어올려진 세월호(아래). 해양경찰청 제공, MBC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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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왼쪽 균형장치(스태빌라이저)도 인양 준비 과정에서 절단됐다. 세월호가 왼쪽으로 누워 있어 아직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스태빌라이저는 선박 양 측면에 날개 형태로 설치돼 선체의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다. 이날 오전 3시37분 녹슨 오른쪽 스태빌라이저가 인양 과정에서 물 밖으로 나온 첫 세월호 구조물이었다. 세월호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일부 증인들은 스태빌라이저가 침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4년 9월 광주지법에서 열린 청해진해운 직원 등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타수 조아무개씨는 “배 양옆에 날개(스태빌라이저)가 있는데 거기에 뭔가가 걸리지 않았을까 한다”고 진술했다.

조만간 세월호가 수면 위로 13m까지 떠오르면, 세월호의 부식 상태와 손상 여부 등을 좀더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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