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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본인들과 다른 시선, 그게 내 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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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 이상일 감독

30일 개봉하는 ‘분노’ 홍보차 내한

“한국영화 같은 뜨거움 느껴진대요”

중앙일보

화제의 일본 영화 ‘분노’를 연출한 재일동포 3세이상일 감독. [사진 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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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봤자 달라질 게 없다는 이유로 분노하기를 포기한다면, 그 감정은 사라지고 마는가. 아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그렇게 우리 내면에 남아 무엇으로 변할지 모르는 ‘분노의 씨앗’을 가리킨다.”

30일 개봉하는 일본영화 ‘분노’ 홍보차 내한한 이상일(43) 감독의 말이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일본영화학교에 입학해 영화를 공부하고 1999년 재일동포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멜로영화 ‘푸를 청’으로 데뷔했다. 현재 일본의 젊은 작가 감독으로 꼽힌다. ‘분노’는 그의 일곱 번째 장편으로,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 이 감독이 요시다의 소설을 영화화한 건 ‘악인’ 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영화 모두 살인 사건이 발단이다.

‘분노’는 살인사건에 얽힌 세 명의 용의자, 그리고 충격적인 범인의 정체를 그린다. 범인은 어느 부부를 살해하고 현장에 피로 ‘怒’(노할 노)란 글씨를 남긴다. 1년 뒤 공개수배가 진행되는 가운데, 살인범일지 모를 세 남자가 각각 지바현(縣)의 항구 도시, 도쿄,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다. 후반으로 갈수록 ‘누가 범인인가’하는 문제보다 주변 인물들이 세 남자를 ‘믿을 것인가, 의심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이 감독은 영화의 기획 의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에서 한 범인이 1년여간 도망다닌 사건이 있었는데, 지명수배 사진이 전국에 뿌려지며 수천 명이 신고를 했다. 원작자인 요시다씨는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 소설을 썼다. 그 많은 사람들이 주위 사람을 의심했다는 사실 말이다.”

이 감독은 “요시다씨의 소설은 현대사회의 공기를 잘 담아낸다”며 “타인을 너무 쉽게 배척하는 분위기가 인간관계에서 어떤 갈등을 만들고 파국을 빚는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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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노’의 한 장면.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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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 ‘용서받지 못한 자’ ‘분노’ 등 이 감독의 최근작은 이전 작품들인 ‘69 식스티 나인’ ‘훌라걸스’ 같은 청춘물과는 그 결이 다르다. 도덕적 가치나 신념을 잃어버린 인물들의 사투를 치열하게 그린다. 그는 “지금 사회에 대해 내가 느끼는 바가 영화에 반영되는 것 같다”며 “이전 작품들이 어떤 인물과 외부 인물 혹은 세상과의 갈등을 그렸다면 ‘악인’부터는 그 인물 내면의 갈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일본영화계에서 재일동포 감독으로 살아가는 게 장점이 된다고 했다.

“내가 일본인들과 다른 존재라는 건 영화감독으로서 큰 무기가 된다. 일본인들과 다른 시선으로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모든 작품에 그런 ‘다른 시선’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 영화인들은 내 작품에서 한국영화 같은 뜨거움이 느껴진다고 한다”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몸 안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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