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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박근혜 변호인, 영장청구 갈림길서 "검찰에 경의"…배경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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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처 끌어내려는 제스처" 해석…검찰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

연합뉴스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뇌물수수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청사 출구를 향하고 있다. 2017.3.22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검찰 수사에 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는 변호인이 난데없이 검찰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명해 배경을 놓고 의문을 낳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 손범규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마치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 중인 22일 새벽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며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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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2016년 11월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관련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가 작년 하반기에 박 전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피의자로 입건했을 때 청와대와 변호인 측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혹평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21일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한 특수본 '2기' 역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다.

특수본은 작년에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14시간 가량(휴식 시간 포함) 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일련의 흐름에 비춰본다면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포위망이 한층 좁혀 오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측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존경의 뜻을 표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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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소환] 밤을 잊은 검찰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한 2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불이 켜져 있다. 2017.3.21 saba@yna.co.kr



이런 반응은 검찰의 선처를 끌어내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과 갈등 국면을 만들지 않고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구속영장 청구를 피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만약 영장이 청구되더라도 수사에 협조해왔고 증거인멸·도망의 우려가 없으므로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는 전략이다.

손 변호사는 21일에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변론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변호인의 '경의 표명' 발언에 대해 "무슨 취지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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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자택 들어가는 박근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피의자 조사와 밤샘 조서열람 및 검토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며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2017.3.22 kane@yna.co.kr



일각에서는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면서 보여준 일종의 '예우'가 이런 발언의 빌미를 줬다는 평가도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자 영상녹화 없이 조사했다. 조사실 옆에 침대 등이 딸린 휴게 공간을 제공했다. 엘리베이터는 일반 민원인과 같은 곳을 이용했다. 검찰은 과거 전직 대통령 조사와 비교해 특별한 대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절차적인 문제나 정치적 논란이 생겨 수사가 영향을 받거나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피하고자 검찰이 가능한 범위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의 요구를 수용하고 '로우키'(low key, 절제된 대응 기조)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수본 관계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향후 방침에 관해선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고 22일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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