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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너무 빨리 식은 웨어러블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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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IT(정보기술) 업계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던 웨어러블(wearable) 기기의 인기가 급격하게 사그라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를 대표하는 스마트워치의 지난해 판매량은 2110만대로, 2015년 대비 1.4%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에는 대표 주자 애플이 신제품인 애플워치2를 내놨지만 나머지 업체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전체 판매량은 1.2% 성장에 그쳤다. 벌써 웨어러블 시장이 성장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IT업계에서는 웨어러블 기기가 기대와는 달리 스마트폰과 차별화되는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웨어러블 업체, 구조조정 돌입하고 주가는 폭락

웨어러블 기기는 크게 시계 형태인 스마트워치와 건강관리용 기기인 스마트밴드, 몸에 착용하거나 부착할 수 있는 기타 기기로 나뉜다. 현재 글로벌 웨어러블 업계 1위는 스마트밴드 제조업체인 핏비트(Fitbit)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핏비트의 우디 스칼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가 이달 말 회사를 떠난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회사 매출이 2015년 대비 19%나 감소하자 이에 책임을 지고 7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팀 로버트 부사장도 이달 중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핏비트는 지난달부터 전체 인력 중 6%를 감원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이 회사 주가도 올해 초 대비 25%나 하락했다. 제임스 박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들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수익성과 성장세를 되돌리기 위해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켜진 경고등은 이뿐 아니다. 신체에 부착하는 액션 카메라 제조업체 고프로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2015년에 비해 40% 감소하자 인력 감축을 포함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201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마트워치를 만들었던 페블 역시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핏비트에 인수됐다. 애플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애플의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2015년 1160만대에서 지난해 1070만대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을 판매하며 출고가 19만8000원짜리 스마트밴드인 기어핏2를 공짜 사은품으로 주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조선일보

위키피디아


◇CNN “웨어러블이 주류 되기는 어려울 것”

소비자들은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 “비싼 가격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스마트워치 출고가는 40만~50만원대에 달해 웬만한 중가 스마트폰과 맞먹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스마트워치를 구입한 회사원 이모(33)씨는 “호기심에 새 기기를 샀지만 문자 수신, 통화, 채팅, 건강관리 등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작업을 위해 굳이 스마트워치를 구매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기에 스마트폰 성능 개선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의 성능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인기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16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서도 웨어러블 기기의 미래는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만 6세 이상 인구 가운데 웨어러블 기기를 보유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웨어러블 기기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6%가 ‘스마트폰과 연결해 문자, 전화 등을 송수신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웨어러블 기기를 스마트폰 보조 기기쯤으로 쓴다는 얘기다.

IT업계 일각에서는 웨어러블 기기가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CNN머니는 지난 14일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의 기능보다 더 나은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준의 웨어러블 기기가 IT 시장의 주류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웨어러블(wearable) 기기
: 사람의 몸에 착용해(wearable) 사용하는 IT(정보기술) 기기를 말한다. 시계 형태로 만들어진 스마트워치, 건강관리용 기기인 팔찌 형태 스마트밴드, 증강현실(AR) 기능을 담은 스마트안경, 몸에 부착해 사용하는 액션 카메라 등이 있다.

[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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