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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원전 방호벽 심하게 부식돼도 괜찮다는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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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 1·2호기 등 4기 점검…방사선 누출 막는 강판 두께 얇아져

한수원 “보수작업, 안전 영향 없어”…일부 “땜질 아닌 폐로해야”

고리 3호기 등 일부 노후 원전에서 방사선 누출을 차단하는 방호 철판이 심하게 부식된 것으로 드러났다. 철판 부식은 전체 건물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원전 당국은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않고 있다.

2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한빛 1·2호기, 한울 1호기, 고리 3호기 등 원전 4기를 점검한 결과 방사선 누출을 막기 위해 설치된 강판 ‘격납건물 라이너 플레이트’(CLP)가 심하게 부식돼 있었다. 원안위는 지난해 6월 한빛 2호기 정기점검에서 CLP 부식을 발견한 후 다른 원전들도 초음파를 이용해 두께를 측정하는 등 전면 점검을 벌이고 있다.

두께 6㎜의 탄소강판인 CLP는 원자로의 콘크리트 벽과 돔에 덧대어 방사성물질 등이 새어나오지 않게 하는 중요한 방호벽이다. 철판 상태는 원전의 설계수명을 결정할 때 핵심 지표로도 쓰인다.

원자로 안전규정상 CLP 두께는 10% 이상 감소돼선 안되며, 최소 5.4㎜의 두께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점검 결과 4개 원전의 CLP는 부식 영향으로 두께가 1.98~5.35㎜까지 줄어들었다. 한빛 2호기에서는 부식이 워낙 심해 구멍이 뚫린 곳도 발견됐다.

원안위는 바닷가에서 원전을 건설할 때 수분과 염분이 침투하면서 부식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철판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6개월간 대기에 노출돼 있었다. 원전이 모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이 정도 기간 대기에 노출되면 철판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녹슨 철판을 잘라내고 새 강판을 붙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격납건물이 5중벽이어서 안전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부식 현상은 과거 미국과 프랑스에서 설계한 원전에서만 발생했고, 이후 변경된 시공법으로 지어진 원전은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1970~1980년대에 지어진 이들 원전은 부실한 건설·사업 관리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며 “ ‘철판 부식’이 이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잘 설계됐다고 해도 건설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멀쩡할 수 없다”며 “철판을 땜질할 게 아니라 폐로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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