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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민의 비명]월세·깡통전세로 내몰린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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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막힌 전세대출…결국 흙수저만 죽어나네
하반기 입주폭탄 부메랑 우려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가뜩이나 전셋집을 찾기가 여전히 어려운데 대출까지 못 받으면 전세가 아닌 월세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돈도 없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니 집을 사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월세 아니면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근저당 비율이 높은 집에 들어가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결혼을 앞둔 30대 회사원)

전세대출 총량제의 공습이 시작됐다. 가계빚 관리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꺼내든 고육책인 전세자금 대출 총량 규제로, 되레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고통 받는 세입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세대출이 막히면 세입자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그중에서도 대출을 받아서 충당하려던 전세 보증금을 줄이고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된다.

함영진 부동산114센터장은 "최근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되면서 시장은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2년에 한 번 재계약 할 때 지방은 3000만~4000만원, 서울은 8000만원가량 올려줘야 한다"며 "2년 동안의 가처분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이게 막히면 세입자는 보증부 월셋집에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출을 못 구해 반전세 방식의 월세로 전환하는 세입자가 늘게 되면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따라 월세 부담은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이는 통상 금리 상승기에 전세가 늘어나는 상황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표에서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65.3%까지 올라갔던 서울 아파트의 전세 비중은 이달 20일 현재 64.8%로 떨어졌다. 역대 최대의 입주물량이 예고된 올해 전세 안정화가 아닌 월세시대의 가속화란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싼 전세를 찾아 이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위험부담을 안고 깡통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깡통전세란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비싸 집값이 조금이라도 더 하락하면 집을 팔아도 전셋값을 돌려주기 어려운 주택을 말한다. 깡통전세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상황에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시에 주춤하는 만큼 당장 깡통전세가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지만 올 하반기 이후에는 입주대란과 겹치면서 일부 지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올해 아파트 신규공급량은 약 36만8000가구로 최근 10년 연평균공급량(약 30만가구)을 웃돌 전망이다. 특히 오는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31만1000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이는 2017~2018년 총 입주 물량(78만3000가구)의 약 40%에 달한다. 함 센터장은 "깡통전세는 매매 가격은 그대로 있거나 떨어지는데 전셋값이 오를 때 나타나지만 지금은 둘 다 상승률이 둔화돼 있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입주량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 경우 일부 지역에선 역전세난에 따른 깡통전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집을 사는 것도 고려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주춤한 상황에선 섣불리 선택하기 어렵다.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 기대가 적은 것은 물론 각종 대출규제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값 상승률은 2015년 4.8%에서 2016년 0.78%, 올 들어 3월12일까지는 0.39%로 둔화됐다. 전셋값 추이도 마찬가지다. 상승률이 2015년엔 6.96%에서 2016년 1.94%, 올들어선 1.05%로 낮아졌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매매전환이 가능한 세입자들의 경우 이미 최근 2년간 집값 상승기에 내 집 마련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이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금리까지 오르고 있고, 현재 주춤한 집값이 향후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맞물려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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