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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자살보험금 大尾를 향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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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살(재해)보험금이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 징계결과가 지난 16일 생보사 빅3에 통보됐다. 이제 남은 절차는 금감원장 결재와 금융위 부의를 통한 최종 확정 뿐이다.

자살보험금이 장장 15년을 끌어온 것은 그만큼 논쟁적 요소가 많았음을 방증한다. 누구도 ‘단칼에 자르는’ 쾌도난마식의 판결을 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는 얘기다. 금감원장과 금융위는 논쟁적 사안의 이런 특성을 존중해 사려깊은 판결을 이끌어내야 할 위치에 섰다.

금융위 수장인 임종룡 위원장은 역대 관료 중 첫손에 꼽힐 정도로 축구 실력이 출중했다. 그의 포지션은 라이트윙. 속도감있게 뛰면서도 넓은 시야로 적과 아군의 움직임을 읽고, 빈 공간을 찾아 아군의 골 결정력을 높이는 역할이다. 금융 선진화를 이끄는 양 날개인 금감원장과 금융위원장이 공정성이라는 공을 속도감있게 드리블하면서 형평성이라는 시야도 갖춰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결정을 해주기 바란다.

자살재해보험금이 논쟁적 사안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애당초 두 개념이 양립할 수 없어서다 자살(고의적 생명 절단)과 재해(의외의 사고로 인한 신체손상)가 전혀 별개의 영역임은 너무도 자명한 까닭이다 . 그런데 보험사들의 단순 자구 실수로 자살재해보험금이 성립되는 것으로 약관이 만들어졌다. 이같은 사안에 어떤 이는 “애초부터 받을 수 없는 돈 아닌가. 남의 실수에 편승해 반사이익 또는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도덕적이지 못하다” 할 것이다. 또 다른 이는 “무슨 소린지 모를 깨알같은 약관에 사인케 하고 정작 고객들이 다급할 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놓고는…”라고 할 것이다. 분명 도덕성과 ‘법대로’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사법당국의 판결도 엇갈렸다. 작년 5월에는 “자구실수인 것 같은 알겠지만, 그래도 약관대로 지급하라” 했다. 그런데 4개월후에는 “소멸시효 경과한 보험금은 안 줘도 된다”고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논쟁적 요소가 다분함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형평성이다. 빅3의 백기투항(보험계약 전건지급)이후 징계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교보의 경우 일부 이자지급을 뺐다는 이유로 영업 일부정지 1개월에 3년간 신사업진출 제한 징계를 받았다. 교보의 설계사는 1만8천여명에 달한다. 보험사에 내린 벌이 여성과 서민층이 대다수인 설계사의 밥그릇을 빼앗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이다. 전건지급의 물꼬를 튼 정상을 참작해야 해야 한다. 앞서 ING생명이 2014년 같은 사안으로 과징금 4900만원ㆍ기관주의라는 경징계에 그쳤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자살보험금 지급은 생보사 입장에서는 주주에 대한 배임 시비를 무릅쓴 결정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은 안줘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기댈 수 있고, 법정싸움을 할 수 있는 데도 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보험가입자를 존중하고 금융당국의 지도를 따른 조치라는 점을 평가해줘야 한다. 따지고 보면 금감당국도 자살보험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초 잘못된 약관을 무사통과시켰고 이후에도 바로잡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는가.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런 논쟁적 요소들의 무게를 잘 저울질해 치우침이 없는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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