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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Why뉴스] "홍준표는 왜 노이즈마케팅에 몰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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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홍준표 경남지사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홍 지사는 지난주보다 6.2%포인트 상승한 9.5%로 5위를 차지했다. 3.3%에서 거의 3배가 오른 것이다.

홍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황교안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강성 보수층이 갈곳을 잃은데다 홍 지사의 '노이즈 마케팅'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왜 노이즈마케팅에 몰두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홍 지사가 범보수 후보 1위로 올라선게 노이즈 마케팅 때문인가?

= 전문가들은 그렇게 평가한다. 자유한국당 후보들 중 정치이력이 가장 두드러지기도 하고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지만 그보다는 지난달 16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직후 노이즈 마케팅을 이어간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일단 범보수 대표주자가 됐으니 홍 지사로서는 성공한 것"이라면서 "틈새전략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도 "자유한국당 다른 주자들이 대중성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단은 홍 지사의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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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초선의원들과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홍 지사가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이유가 뭘까? 왜 노이즈 마케팅에 몰두하나?

= 첫 번째는 홍 지사의 스타일이다. 홍 지사의 행보를 보면 거침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정치인이다. 그러다보니 과한 말도 하게되고 그래서 붙은 별명이 '홍 트럼프' 또는'일베 홍준표'라는 것이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도 막말논란에 휩쌓였고 경남지사 시절에도 여러차례 막말논란으로 홍역을 빚었다.

두 번째는 '노이즈 마케팅' 막말이 정치권에서는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 지사는 지난해 7월 25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트럼프나 두테르테를 보고 한국언론들은 막말을 일삼는 무책임한 정치인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을 눈여겨 보면 이들은 자기나라가 처한 현재의 위기상황과 대중의 불만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뿐인데 이것을 두고 막말이라고 단정을 하고 있습니다. 위선과 가식에 젖은 기존 정치인들의 언어와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막말, 품위 운운하는 것은 또다른 위선에 불과합니다"는 것이다.

정치를하면서 종종 막말논란에 휩쌓였던 홍 지사는 자신도 '소박한 대중의 언어'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홍 지사로서는 트럼프를 보면서 막말이 블루오션이라고 인식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당연히 미래가 안 보이는 범보수의 구심역할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검찰에 피의자로 출두한다. 박근혜 이후 범 보수권에서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대선에 10명이 넘는 후보군이 몰렸지만 스스로 '잠룡이 아닌 잡룡'으로 평가할 정도다.

이런 형국이다보니 홍 지사로서는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격함으로서 자신의 주가를 높이는 전술을 택하는 것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난했다가 존경한다고 했다가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는 모습을 계속 보이는 것이다.

홍 지사는 20일 페이스북에 "17일 리얼미터 대선여론조사에서 12.5% 지지율로 문재인,안희정에 이어 3위로 의미있는 지지율을 이제 갖게 되었다"면서. 곧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면 문재인후보와 바로 양강으로 갈것으로 본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우파 대결집으로 이번 대선을 좌파2명, 중도1명, 우파1명의 구도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도록 노력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자신의 '노이즈 마케팅'이 우파 대결집을 위한 의도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유창선 박사는 "홍 지사의 그런 발언들이 극단적 보수층에는 먹힌다고 보니까 자극적인 발언들로 보수층 결집 노리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트럼프를 노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는 "일종의 갈라치기 전술로 보인다"면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반대로 그럼으로서 편이 갈라지는 확고한 지지층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묶어둬서 지지율을 올리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반기문과 황교안과 달리 직업정치인이니 다시 중앙정치에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보수층에서 유력인물이 부재한 상황에서 본인이 다시 구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 번째는 대법원 판결을 의도한 것이다. 홍 지사는 18일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 받으면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출마)자격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거 별로 나하고 상관 없다. 만약 0.1% 가능성 없지만 없는 사실을 갖고 또 다시 뒤집어 쓰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 검토한다. 됐어? 그거 내가 한 번 검토해볼게"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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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선고공판을 위해 지난달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기자


홍 지사가 대선에 출마하려는 의도는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 대법원은 홍 지사 사건을 판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사 대선에서 낙선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범보수진영의 대표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판결에 유형 무형의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지사의 이 발언은 문제가 많다. 대법원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기도 하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생명존중의 모습과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12년째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자살'이라는 말을 저렇게 쉽게 내뱉는 건 지나치게 가볍다는 인상을 준다.

다섯 번째는 대선이후 내년 지방선거 등을 의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홍 지사의 행보 중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경남도지사 사퇴시기를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4월 9일로 선택해 1년 3개월이 남은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루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제가 사퇴하면 줄사퇴가 나온다"며 "자치단체장 중에 보궐선거에 나오려고 사퇴하고, 그 자리에 들어갈 사람이 또 사퇴하면 쓸데없는 선거 비용이 수 백억 원이 든다"고 말했지만 그게 걱정이면 대선에 나서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자신은 대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에서 중도 사퇴하겠다면서 다른 도지사 후보군의 사퇴는 안 된다는 앞뒤가 안 맞는 행보를 하는 것이다.

홍 지사는 "4월 9일까지 숨막히게 바쁜 일정이 있어서 내일(21일)부터 장기 휴가를 떠난다"면서 "예선 탈락하면 집에 올 것이고, 본선에 나가면 대한민국 전체를 경영해 볼 기회가 있다"고 밝혔는데 경남도지사 자리가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자리로 착각하는 것일까?

홍 지사는 "행정부지사 체제로 가더라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며 "보궐선거는 없다. 괜히 헛 꿈 꾸지 말고 제자리로 돌아가 자기 자리에서 충실히 하라"고 강조했는데 자신의 퇴로를 확보해 두려는 꼼수로 읽힌다.

홍 지사로서는 대선 본선에서 낙선하더라도 보수의 아이콘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거나 최악의 경우 경남지사로 복귀하겠다는 의도를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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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홍 지사의 막말이 의도된 전략적 발언이라는 거냐?

= 그렇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다. 홍 지사의 발언을 보면 아무런 의도없이 마구 소리치는 것 같지만 고도의 계산된 발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홍 지사의 과도한 표현들은 "전략적이고 계산되고 의도된 발언"이라면서 "범보수가 아니라 강경보수층을 자신의 확고한 지지층으로 만들려는 계산된 정치공학적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도 언론인터뷰에서 '홍 지사의 발언 수위가 아슬아슬하다'는 질문에 "그분이 그래서 홍준표 아니냐. 한두 번 그런 것도 아니다"면서 "그분 정치 스타일이 그러니까 나름대로 전략을 갖고 그런 말을 하고 그럴 겁니다"라고 말했다.

◇ 홍 지사가 친 박근혜계와는 거리가 멀지 않나? 자유한국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 자유한국당을 강성 친박계가 장악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홍 지사의 전략은 강성 친박은 배제하고 바른신당과 통합하려 할 것이다.

홍 지사는 탄핵정국에서 강성친박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당일인 3월 10일 "유감스럽지만 헌재결정은 받아들입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홍 지사는 또 3월 12일에는 "박근혜정부 4년 동안 받은 핍박은 DJ,노무현 정부 10년동안 받은 핍박보다 더 힘들어 박근혜 편을 들어야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헌재의 파면결정문은 잡범들에게나 적용되는 괘씸죄가 주류를 이룬 감정이 섞인 여론재판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는것은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불복할수 없는것이 사법권의 독립이다보니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홍 지사는 3월 14일일에는 "탄핵은 끝났고 이제 박근혜 전대통령은 머리속에서 지워야 할 때"라면서 "우파 대결집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더 이상 박근혜 전 대통령에 매달리면 이번 대선은 없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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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준표 경남지사 페이스북 캡처)


헌재의 결정을 비판하는 듯 하면서도 파면 불복이 아닌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바른신당이나 자유한국당 내 비박계와 비슷한 입장인 것이다.

홍 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강성친박'을 '양아치 친박' '양박'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홍 지사는 20일 SBS 라디오 출연해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몇몇 '양아치 친박(친박근혜)'들 빼고 나머지 친박들은 계(係·정치적 계파)라고 보기 어렵다. 국정지지세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몰락한 친박에 기대서 내가 무엇을 헤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덧붙였다.

강성 친박들을 양아치 친박이라며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 그런데 이런 '노이즈 마케팅'이 대선가도에 도움이 될까?

= 우선 인지도를 높이는데는 큰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길게보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홍 지사는 대선 후보 중에서 비호감도가 가장 높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정례조사에서 비호감도가 81%로 압도적인 1위였다. 지역별로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75%, 60대 이상에서 69%,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선 68%가 호감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호감도라는 게 안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정치인들의 경우 무관심보다는 비난을 받는 게 낫다는, 자신의 부고 외에는 언론에 자주 거론 될수록 좋다는 말도 있다. 그렇지만 홍 지사처럼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비호감도마저 높다면 확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준표 지사는 그런걸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홍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자살'이라는 용어가 문제가 되자 앞으로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처음부터 그런 표현을 사용했어도 될텐데 관심을 끈 다음 다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슈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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