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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플러스] 촛불집회의 노벨평화상 수상, 과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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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촛불집회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는 목소리를 높여서 이목을 끌고 있다. 과연 특정인에게 수상하는 노벨상이 촛불집회라는 사회 현상에 주어질 수 있는 것일까.

박원순 시장은 “정치 격변기에 테러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 경우가 많은데 우리 촛불집회에는 폭력이나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며 시민명예혁명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국민들의 평화 집회 의지와 역량은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거나 노벨평화상을 받을만하다. 이에 우리가 지원을 추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 촛불혁명을 역사에 기록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촛불집회 초기부터 자료를 모으도록 해 상당히 수집했으며, 광화문광장 예술인 텐트는 물론 서울광장 탄기국 텐트까지 모두 남겨 기록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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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각국 국회나 정부의 멤버, 국제재판소 멤버, 각국 대학 총장, 교수(사회과학, 역사, 철학, 법학, 신학), 평화연구기관과 외교정책연구기관의 기관장 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수상단체의 임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전, 현직 멤버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전 자문위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서울시는 추천 주체가 될 수 없다. 박 시장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각종 지원을 하겠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촛불집회의 홍보를 위해 미국 뉴욕타임스 광고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촛불집회 모습을 보여주며 ‘평화롭고 안전한 서울로 오세요’라고 홍보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 과거의 투쟁적 시위와 북한 핵에 대한 위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평화와 안전을 내세우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3년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박 시장은 이달 말 떠나는 유럽 순방에서도 촛불혁명을 적극 소개한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 사회적 갈등을 평화롭게 처리하는 것과 안보를 연결해 발표한다. 이와 함께 세계적 석학들을 초청해 촛불혁명 의미를 분석하는 국제 세미나를 하고,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향이 민주주의 승리를 기념하는 음악회를 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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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에 최초로 탄생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적십자의 아버지’ 앙리 뒤낭이었다. 이후 115년의 노벨 평화상 역사에서 개인에게 준 적이 104번, 협회나 조직 등의 단체에게 수여된 것은 24번이다. 가장 가까운 예가 2015년에 수상한 튀니지 국민4자 대화기구다. 튀니지는 독재 정권 하에 민주주의가 무너진 상황으로 쭉 이어지다 2011년 ‘재스민 혁명’으로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노벨상 위원회는 재스민 혁명을 일궈낸 튀니지 국민 전체의 공로를 인정하면서 튀니지의 노동계와 산업계, 시민단체, 법조계 등 4개 부문의 대표 조직이 결성한 단체인 튀니지 국민4자 대화기구가 그 과정에서 평화적인 대화에 힘썼다는 평가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이다. 촛불집회도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번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비상국민행동)은 1500여개의 시민단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연합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비상국민행동이 촛불집회라는 특정 사회적 현상을 이끌었고, 그 과정에서 민심을 대표해왔으며, 소기의 목적을 이뤄낸 지금도 국민 대부분의 민의를 대표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 국민적인 논란이나 혼란이 야기된다면 추진 아니함만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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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수상 여부를 차치하고서도 촛불집회는 온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일당의 국정농단에 분노했지만, 평화로웠으며, 자발적이었지만, 조직적인 움직임을 가져간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이는 앞으로도 권력층의 그릇된 움직임을 보이면 언제든지 국민 전체가 나서서 질타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권력의 정점에 선 자마저도 끌어내릴 수 있는 민주시민 의식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과연 촛불집회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착착 이뤄져 민주시민의 명예혁명에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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