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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운 가시지 않아"… '역적' 주역 김상중이 말하는 '아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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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노컷뉴스

배우 김상중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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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연출 김진만, 극본 황진영)은 이번주를 지나면 반환점을 돈다. 30부작이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가 힘빠지지 않고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 제작진의 정성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것이 바로 배우 김상중의 열연이었다. '역적' 후반부의 주인공은 홍길동(윤균상 분)이지만 전반부 주인공은 단연 아모개라고 할 정도로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아모개는 대대로 종노릇을 하는 '씨종' 출신이지만, 부인을 죽인 주인의 목을 낫으로 베어 일종의 '반란'을 시도하는 인물이다. 날 때부터 엄청난 힘을 가진 아들 길동을 지키기 위해 더 강하게 변해가는 모습에서는 뜨거운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MBC M라운지에서 '역적' 김진만 감독, 배우 김상중과 함께 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역적'의 시작부터 중반부까지를 이끈 '아모개'와 그를 연기한 배우 김상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 아직도 아모개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다.

김상중 : 저는 늘 드라마를 끝을 내면 끝과 함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 때문에 끝나면 캐릭터를 거의 잊는 편이었다. 다시 흰 도화지를 만나는 그런 상태로 있다가 또 다른 캐릭터 만나면 또 색칠하는 게 저의 루틴이었는데, 드라마 속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계속 잔상이 남아있고 여운이 가시지 않는 배역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글이나 재방송을 보거나 아이들('역적' 젊은 배우들)과 통화하고 생각하면 가슴이 젖어드는 그런 것도 아직은 있다. 아직도 아모개라는 인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인 것 같다.

▶ 아모개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상중 : 우리는 살면서, 호흡을 하면서, 공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아모개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아버지로서의 모습, 남편의 모습, 가장의 모습 등은 너무 소소한 일상이 되어버려서 그 중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인데, 아모개를 통해서 그런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아, 저게 아버지지. 남편이지. 한 가정의 가장이지' 하는. 그래서 시청자들이 아모개에 대해 많이 공감할 수 있었고, 많이 울고 웃고 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진만 : 작가와 연출이 처음 구상한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아주 깊고 큰 울림통으로 표현해 내신 것 같다. 아모개 역 캐스팅을 할 때 제일 큰 원칙 중 하나가 '반드시 주인공을 했던 분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중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하는 사람, 멜로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도 있었다. 머릿속에만 희미하게 있었던 (캐릭터를) 배우가 완벽하게 '아모개'라는 '인물'로 만들어 주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모개를 떠나보내느라 굉장히 가슴앓이가 심하다. 김상중 씨에게도 카운셀링(심리 상담)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그만큼 아모개와 혼연일체 되어서 연기하셨고, 그덕에 초반에 많은 분들로부터 사랑받았던 것 같다.

▶ 아모개가 꼽은 명장면과 명대사가 궁금하다.

김상중 : 어느 한 장면 허투루 찍은 장면이 없을 정도로 모든 장면들이 다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장면을 다 힘들여서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찍었다. (대본 중에서) '조참봉의 목을 따고 나오는 아모개의 얼굴이 백짓장 같았다'는 부분이 가장 고민이 많았다. 목을 따고 나오는 장면을 먼저 찍고 그 과정을 한참 후에 찍었다. 복수에 대한 통쾌함, 금옥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공허함, 쓸쓸함 등을 표현했었지만 (촬영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는데 나중에야 그 감정을 실감했다. 낫으로 조참봉(손종학 분)을 죽이고 나왔을 대의 제 표정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명대사는 다 주옥 같지만, 제가 길동이하고 하는 대사 중 그런 게 있었다. '저들은 구린내가 많기 때문에 그 구린내를 숨기기 위해 한패가 되는 것이여' 하는. 요즘 시국과 너무 맞물리는 것 같아서 대사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김진만 : 김상중 씨를 아모개로 캐스팅하기를 잘한 것 같다. (제작진이 창조한 캐릭터는) 하나의 설계도에 불과한데 그 인물을 완결하는 건 배우를 통해서다. 여러분들이 보는 아모개는 김상중이라는 배우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김상중 씨의 아모개 연기 베스트 중 베스트는 역시 조참봉 씬이다. 배우 감정선을 현장에서 유지하면서 담아내는 게 가장 긴장되는 부분이고, 그 씬 자체도 되게 중요했는데 처음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원 테이크(한 번에 촬영)로 찍었다. 지금까지 14회가 나갔지만 독보적으로 그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 김상중 씨는 메소드 연기의 1인자라는 평가를 듣는데 그 비결이 있다면. 또, 특별히 신경써서 연기한 부분이 있는지.

김상중 : 메소드 연기 1인자라고 해 주신 것은 과분한 칭찬이다. 워낙 드라마가 가진 힘 때문에 그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제 역이 돋보였던 것이다. 연기 잘하는 선후배들이 많다. 그렇다고 제가 뭐 굳이 부정하지는 않겠다. (웃음) 역시 기본에 충실한 것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감독의 디렉션을 받고 잘 조합이 되다 보니 좋은 연기가 나온 거 같다.

그동안 제가 기득권층을 많이 연기했지 않나. 왕도 해 봤고, 최근 사극에서는 대감도 했었고, 지배자들에 대한 거(연기를) 많이 하고 시사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런 모습 보이는 사람에게서 천민의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연기가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 이질감을 느끼면 어떻게 하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일단 외적인 모습을 만드는 것을 감독과 의논했다. 머리도 약간 정돈되지 않고 막 풀어헤치고, 하얀 한복에 짚신을 신고 손도 새카맣게 칠했다. 연기하면서 온몸에 분장을 한 적이 처음이었다. 배우로서는 연기를 하는 카타르시스도 느꼈다. 전라도 사투리 쓰는 것도 아모개 표현하는 데 더 적절했다고 본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니) 비교적 괜찮게 했구나 제 스스로 생각한다.

김진만 : 분장 얘기가 나왔는데 2회에 아모개 발 씻겨주는 장면에서 (김상중 씨) 발이 너무 예쁜 거다. 고생한 발 같지가 않아서 대역을 써서 다시 찍었다. (웃음)

▶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개해 달라.

김상중 : 묘하게도 (야외 촬영 때) 그렇게 추웠던 적이 없었다. 정말 괴로웠던 순간들은 한 장면 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 이동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제 차가 (드라마 시작 때) 1만 3천㎞에서 시작했는데 지금 거의 4만㎞를 찍었으니. 정말 한 발짝 떼면 강릉이고, 한 발짝 떼면 하동이고 순천이고 이럴 정도로 정말 많이많이 다녔다. 그 시간들이 참 귀한 시간들이었고 좋은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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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김진만 감독과 배우 김상중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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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참봉 부인 역을 맡은 서이숙 씨와 대립하는 씬이 인상적이었다. 연기호흡은 어땠나.

김상중 : 감독님은 어떤 경우에서도 대본 연습을 한다. 현장에 모여서 대본 연습하고, 리허설하고 완벽하게 호흡 주고받으면서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 정도만 했지 특별나게 개인적으로 만나서치열하게 리딩하진 않았다. (서이숙 씨가) 워낙 내공이 출중하다 보니 액션과 리액션으로 주고받으면서 명장면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 젊은 배우들 가운데 '재발견'한 사람이 있다면.

김상중 : 제가 저 나이 때 저 친구들만큼 연기를 했을까 생각하면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감각적이고 트레이닝적으로도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온 배우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향후 '역적'에서) 연기력은 걱정되거나 우려하는 부분은 없다. 앞으로 보여줄 모습이 오히려 기대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그들 중에서 재발견했다고 치면 저는 채수빈 양. 가령이라는 인물은 길동-녹수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멜로의 한 축이구나 했는데 방송 속에서 보이는 모습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줄 몰랐다. 또, 예쁜 척을 안하는 게 너무 예뻐보이는 친구다. 물론 균상이도 마찬가지다. 그전 드라마나 예능에서 보여줬던 선함, 착함 물론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보니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하는 데 있어서 진정성이 훨씬 있었다고 보인다. 기본적인 감성이 있다 보니, 저하고 (연기)할 때는 그렇게 잘 울더라. 저도 균상이 보면 저 역시도 촉촉해지고. 성황당 나무에서 길동과 대화하는 씬에서 '아, 이제 균상이가 정말 길동이가 되었구나' 하는 걸 느꼈다.

▶ 아모개의 마지막을 덤덤하게 연출한 이유가 있나.

김진만 : '역적'이란 드라마에서 굉장히 차별성 있는 게 황진영 작가의 대사다. 훌륭하다.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훌륭한 대사를 쓰기 때문에 다른 군더더기가 필요없었다. 그때 아버지 손을 부여잡고 하는 길동이의 내레이션은 사실 1회 첫 씬에서 하는 내레이션이다. 길동이의 입을 통해 표현되는 아버지의 사랑이 핵심이라서 군더더기는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상사화라는 곡도 너무 쓰고 싶었는데 아모개 마지막에 쓰고 싶어서 기다렸다 썼다.

▶ 아모개의 분량이 원래 더 많았는지, 혹은 촬영하면서 늘어난 것인지 궁금하다.

김진만 : 4회 미만으로 하려고 하다 아모개 중심으로 드라마 세우기로 하면서 10회 정도까지 생각했다. (지금은) 좀 는 것이다. 좀 더 가고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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