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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차장 사의표명에도 법관들의 불신 확산일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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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차장 사의는 '꼬리자르기'…불신 커

문제 생기면 꾸려지는 진상조사위…결과는 용두사미

뉴스1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2016.3.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사법부 내 판사들의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단이 꾸려져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는 등 발빠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법원행정처의 일련의 대응이 사법부의 고질적인 환부를 도려내기보다 결국 사건 무마를 위한 임시처방에 그칠 것이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 왜 국제인권법연구회 개최를 막으려 했나?

이번 사태의 발단은 법관들의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오는 25일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할 예정인 학술대회에서 출발한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법관 인사제도’ 등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일선 법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가 발표될 예정이었는데, 법원행정처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설문조사 내용의 외부 공표를 막으려고 시도하면서 사달이 났다.

다수의 일선 판사들은 법원행정처가 학술발표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까지 통제하려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판사 출신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전국 모든 판사들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는 대법원과 행정처의 권력을 축소하자는 얘기가 나올 게 뻔한데 대법원장이 좋아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학술세미나의 주제 자체가 법관 인사제도 개혁 논의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관인사제도를 총괄하고 있는 법원행정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법관인사제도 개선이야 법원 내부에서 언제든 다뤄질 수 있는 주제인데도 법원행정처가 이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축소 지시하고 판사의 인사를 번복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법원장의 보좌기구로 전락한 법원행정처로서는 전국 3000여명 법관의 인사를 쥐락펴락하며 막강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쪼개려고 시도하는 학술대회의 개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무리수를 뒀다는 얘기다.

◇법원행정처 차장 사의표명?…제왕적 대법원장 입증한 것

논란이 거세지자 법원행정처는 공보판사 등을 동원해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지난 17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해당 사안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법복을 벗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내에서도 엘리트 코스인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법관 최고의 영예인 대법관 직은 사실상 ‘떼어 놓은 당상’이다. 그럼에도 임 차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논란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법복을 벗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임 차장의 사의 표명을 두고 대법원도 해당 사안의 심각함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법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때마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보여 왔던 기존의 대응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와 관련한 재판에 대해 일선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전자메일을 통해 사실상 재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신영철 전 대법관의 경우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재판절차에 개입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음에도 끝까지 대법관직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평판사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세고, 사법파동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문제의 당사자가 사표를 내겠다며 무마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으로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임 차장이 사의표명으로 막아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양 대법원장이 해당 학술대회에 대한 축소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장 직속기관이기 때문에 임 차장이 독단적으로 행사 축소를 지시했을 가능성보다 어떤 형태로든 양 대법원장이 개입했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임 차장의 사의표명이 '꼬리자르기'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법원행정처는 사건이 불거지자 법원행정처 소속 심의관의 잘못으로 일을 마무리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 내부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자 돌연 임 차장이 법복을 벗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법조계 인사는 "청와대와 다를 바 하나 없는 모양새"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받는 법원행정처 차장이 결국 대법원장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원회 꾸렸지만…결과는 '용두사미'일 것

법원행정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관련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단을 운용하기로 하고, 조사위원장에 이인복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제대로 된 조사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법부는 사법부 또는 사법부 구성원들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해 논란이 커지면 예정된 수순처럼 진상조사위원회 등을 꾸리고는 했다. 일단 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을 알리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해 온 것이 전형적인 사법부의 대응 방식이었던 셈이다. 법관들의 잇단 성추문 사건과 뇌물 사건 등도 마찬가지였지만 결과는 늘 용두사미 식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법관은 "현재 대법원으로서는 다른 전직 대법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평이 있는 이인복 전 대법관이 유일한 선택지였을 것"이라면서 "그런 이인복 대법관도 판사들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할 시간을 요청했으나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 진상조사위를 꾸리는 것은 위원회에 일선 판사들을 포함해 무엇을 한 것처럼 겉으로만 보여주고 끝내려는 것”이라며 "이번 위원회 역시 신영철 대법관 사태와 다를 바 없는 무마 수순에 돌입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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