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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다양하지만…시대와 국가 뛰어넘은 막강 권력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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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도승지' 홍국영부터 트럼프의 남자 프리버스까지]

머니투데이

#2008년 말, 스테니 호이어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비서실장 내정자인 램 이매뉴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이매뉴얼은 "저기, 전 바쁘니 대통령과 좀 통화하시죠?"라며 옆자리의 오바마 당선자에게 전화를 건넸다.

#2014년 어느 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대신은 각료 회의를 주관하던 중 일정 문제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자리를 뜨며 그는 자신의 비서실장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관방장관, 각료회의를 부탁합니다".

명칭과 직제는 다르지만 어디에나 최고 권력자의 옆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비서실장들이 있다. 최고권력자를 보필하는 만큼, 역할은 막중하다. 그에 비례해 큰 권력을 휘두른다. 그 방식과 최고권력자와 관계도 각양각색이다.

◇상호 보완적 관계, 미 대통령과 비서실장= 미 대통령실 수장이자 비서실의 수장인 백악관 비서실장은 백악관 보좌진들을 감독하고 통솔한다. 장관급으로 각료회의 참석 자격도 있다. 의회나 다른 부처의 장관들에게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고 이들과 협상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는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갖는 비서실장과 미 대통령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상호 보완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의 첫 인사였던 램 이매뉴얼이다. 능력으로는 정평이 났지만 시카고트리뷴이 "자신의 평판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싸움꾼"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거침없고 공격적인 성향이었기에 뜻밖의 인사라는 평가였다.

차분하고 온화한 이미지의 오바마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오바마는 오히려 그의 공격적인 면과 강력한 추진력을 높게 샀다. 자신의 경험 부족을 보완하고, '유연한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자신과 균형을 맞출 강한 추진력을 가진 이를 기용한 것이다.

이런 상보적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13일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낙점했다.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반대할 때부터 지지해왔다는 '충성심'도 반영됐지만 무엇보다 유한 성격으로 당 내 입지가 넓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거칠고 공격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온화한 성격의 비서실장을 기용한 것이다.

비서실장들은 대통령의 든든한 방패가 되는 한편 거침없는 직언을 하는 조언자가 된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는 비서실장의 역할에 대해 "대통령에게 '욕을 퍼붓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거리낌없이 말할 수 없거나 그럴 용기가 없다면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관 중의 장관' 日 '관방장관'…개혁 주도하는 中 '중앙판공청 주임'= 의원내각제(내각책임제)인 일본은 대통령이 없으니, 대통령 비서실장도 없다. 대신 내각총리대신을 보좌하는 조직인 내각관방이 있고, 이를 통솔하는 관방장관이 비서실장 역할을 한다. 아베 내각에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이를 맡고 있다.

관방장관의 기본적인 업무는 오전, 오후 두 차례 정례 기자회견이다. 정부의 '입' 역할을 하는 장관 중 한 명에 불과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관 중의 장관'으로 불리며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주로 총리를 그림자처럼 보좌하며 내각이 결정한 사항을 행정 각 부가 제대로 시행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내각을 대표해 국회와 의사소통하는 역할도 맡는다. 관방장관의 말은 곧 총리의 말이다.

그래서 관방장관은 총리가 되기 위한 필수 코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역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시절인 2005년 10월부터 약 1년간 관방장관을 지냈다.

당이 국가를 이끄는 중국의 경우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으로 '당 중앙판 공청 주임'이 있다. 현재는 시 주석의 정치 입문때부터 옆을 지켰던 리잔수 주임이 맡고 있다. 직제상으로는 '허약'하기 그지없다. 명시된 공식 임무는 주석의 일정관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막강한 '문고리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시 주석의 일정과 만나는 이들을 조율하고, 각 부처의 현안을 종합해 보고하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최근에는 1980년대 폐지된 당주석제 부활을 포함해 시 주석으로의 권력 집중 개혁안을 주도적으로 준비 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시대에도 있었던 비서실장…결국 권력자 하기 나름= 왕이 통치했던 조선시대에도 비서실장이 있었다. 왕명 출납기구인 승정원의 우두머리인 '도승지'가 그것이다. 정3품 당상관으로 차관보급이었던 도승지는 때에 따라 국무총리급인 정승을 압도하기도 했다.

도승지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승정원에서는 매일 국왕에게 보고할 문서들을 검토했는데 도승지는 신하들이 제출한 문서를 보류하거나 반려하는 식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문구를 조정해 보고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권력을 휘둘렀던 도승지로는 정조 때 홍국영이 있다.

이처럼 국가와 시대를 건너 제각기이지만, 대체로 비서실장에는 큰 권력이 위임된다. 그러나 이 권력이 최고권력자의 눈과 귀를 덮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도 리 주임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시 주석과 참모들의 소통이 줄고, 시 주석의 대외안보 정책에서의 예측불가능성이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관측된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권력자가 비서실장에 권력을 나눠줌과 동시에, 참모들과 적극 소통하는 것이 답이라는 조언이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고리 권력이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대통령이 (장관 등 참모들과) 적극 소통하기만 하면 비서실장이 그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며 "비서실장의 힘은 결국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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