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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프리카 특집] 새로운 도전의 땅: 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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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아프리카 대륙에는 수십 개의 나라가 존재하며 나라별로 경제, 사회, 정치, 문화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다. 발전 속도도 다르고 발전의 여건도 다르다. 이 같은 다양성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들이 주목할 만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아프리카 제1의 성장국으로 발돋움하면서 많은 국가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는 에티오피아이다.

◆ 다양한 기후, 인종, 언어,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에티오피아는 한국전 당시 전투병 6000여명을 파견한 참전국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국가이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아프리카연합(AU) 및 유엔아프리카경제기구(UNECA)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위치해 ‘아프리카의 수도’라고 불린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뿔’로 알려진 동북부에 위치하며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케냐, 수단, 남수단, 지부티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면적은 대한민국의 10배 이상이며, 대략적으로 동서 길이 1600㎞, 남북 길이 1600㎞ 정도다. 최저 해발 –160m에서 4620m에 이르는 산이 있어 다양한 식물의 보고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해발고도 2200m인 고지대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게 느껴진다. 고지대는 대체로 연중 쾌적한 기온을 유지한다. 기후는 온건기, 대우기, 냉건기, 소우기로 나눠져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구는 2015년 기준 9900만명으로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610달러(약 69만원) 수준이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수천년 역사를 지닌 에티오피아는 성경에도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 에티오피아 역사상 첫 번째 왕인 메넬리크 1세는 솔로몬 왕과 지혜를 겨룬 시바의 여왕이 낳은 아이라는 전설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를 국교로 선언한 국가로도 알려져 있다.

에티오피아는 기후, 인종, 언어, 문화 면에서 다양함 그 자체이다. 주로 암하릭어를 이용하지만 85개에 이르는 부족들은 고유의 언어를 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이탈리아가 5년간 점령했지만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외국의 식민 통치를 받지 않은 나라로 국민들의 자부심이 남다르다.

◆ 빈곤국에서 아프리카 제1의 고속 성장국으로

수천년간 유지되었던 왕정은 1974년 멩기스투 공산정권의 집권과 함께 막을 내렸다. 멩기스투 정권은 1991년까지 17년 동안 이어졌는데, 이 기간 동안 에티오피아에 살던 수만명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로 떠났으며 내전이 끊이질 않았다. 경제는 피폐해졌고 1980년대 초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100만명이 아사하기도 했다. 이 처참한 실정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세계인에게 에티오피아는 오랫동안 빈곤의 대명사로 각인되었다.

에티오피아는 1994년부터 본격적인 경제 정책의 추진을 통해 발전하기 시작했다.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에티오피아의 성장률은 2001년부터 10년 동안 연평균 8.4%까지 치솟았다. 2011년 이후부터는 아프리카에서 제1의 고속 성장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에티오피아의 성장률은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높은 평균 8.1%에 달한다. 에티오피아 경제가 도약을 시작한 것이다.

에티오피아가 15년 동안 8%를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정부가 강력하게 경제정책을 주도하여 추진한 영향이 크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 중국, 인도, 터키, 브라질, 영국 등 주요국들은 경쟁적으로 에티오피아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려왔다. 최대 외국인 투자국인 중국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에티오피아에 투자한 금액은 206억 달러(약 23조3000억원)에 달한다. 투자분야도 인프라, 자동차 조립, 섬유, 철강 가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디스아바바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비숍투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중국기업은 현지인 4300여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생산품은 전량 수출한다.

◆ 8대 전략산업 중심으로 경제 개발

에티오피아 정부는 1994년 ‘농업발전 기반 산업화(ADLI)’를 경제정책의 기본으로 삼았다. 농업분야에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부를 축적하여 산업화로 연계하겠다는 목표였다. 경제 기초가 부실해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만 약 15년이 소요됐고 2010년에 이르러서야 정책구도를 ‘성장과 전환 계획(GTP)’으로 바꿀 수 있었다. 현재는 ‘제2차 성장과 전환 계획’을 2020년까지 추진 중에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성장과 전환 계획’을 통해 모두 8개의 산업(섬유, 봉제, 가죽가공, 설탕, 시멘트, 화학, 기계, 제약, 농산물 가공) 분야에 발전 순위를 부여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다. 섬유산업발전연구소(TIDI), 가죽산업발전연구소(LIDI), 기계공업발전연구소(TIDI) 등을 만들어 해당 산업의 투자와 생산 활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역에 여러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도 노력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유입된 외국인 투자 규모는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에티오피아 정부는 농업 및 축산업 발전도 추진하고 있다. 국민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르며 노동력의 65%가 농업에 종사할 정도로 농업은 에티오피아에서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농업은 여전히 낙후해 발전 여력이 크다. 전 국토의 68%는 경작이 가능하지만 이용률은 19%에 그친다. 재배 방식도 아직 전통적인 경작에서 벗어나지 못해 생산성이 낮다. 최근에는 대단위 상업성 농업이 늘고 있으나 식량 자급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다양한 기후가 공존해 열대 과일이 풍부하지만 75~80%는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산물 가공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공 기술도 낙후된 데다 유통 구조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축산업 역시 다르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에티오피아에서 소와 양 등 가축의 수는 인구 수를 훨씬 앞지른다. 이를 이용한 가죽가공업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으며, 정부가 선정한 8대 전략산업에도 포함되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전통방식에 의한 양계는 국내시장에 공급하기도 벅차고 낙농 부문도 마찬가지다.

◆ 소비재에서 농업까지 진출 분야도 다양

에티오피아는 한국의 발전 경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많은 정부 고위관리들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정부의 각료회의에서는 한국의 경제발전 사례가 빈번하게 논의된다. 정부, 민간, 학계 등 사회 전체가 한국에 대해 배우기를 원한다. 고위직들은 한국 드라마에, 젊은이들은 K팝 등 한류에 매료되어 있다. 이처럼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 진출할 만한 유망한 경제 분야는 어디일까?

에티오피아는 수출 주도형과 수입 대체형 산업 두 방향 모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에티오피아 내수 시장규모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소비재마저 현지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연간 수입규모는 약 250억 달러에 이르러 외환사정을 압박한다. 수입품을 대체할 일반 소비재의 생산이 시급하다. 일례로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종주국으로 커피는 수출상품 1위이다. 그러나 커피 가공 공장이 없어 인스턴트 커피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거의 1억에 달하는 인구를 감안할 때 현지 소비재 생산에서도 경제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현지 생산 환경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부티에서 아디스아바바까지 전철이 완공되어 내륙 운반 부담이나 운송기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에티오피아산 제품이 미국 시장으로 수출될 경우 아프리카 상품의 무관세 특혜(AOGA)를 받고, 유럽연합(EU) 시장으로 수출될 때에도 무관세조치(EBA)에 따라 관세가 면제된다는 것도 강점이다.

한편 농업분야의 후진성을 볼 때 한국 기업들은 농·축산업을 비롯한 농산물 가공업의 진출 가능성도 따져볼 만하다.

최근 들어 봉제, 철가공, 가발 등 우리 기업들의 에티오피아 진출이 늘고 있지만 다른 진출 국가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에티오피아와 한국이 가진 생산 요소는 상호 보완적이며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는 충분하다. 에티오피아는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로 본격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 될 훌륭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이진상 교수 프로필
△현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국제지속발전연구원 원장)
△현 한국 아프리카학회 회장

주요경력 :
△전 덕성여자대학교 특임교수(국제개발협력센터장 및 Director of Duksung-UN Women World Congress)
△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개발협력, 경제개발 및 성장과 글로벌화, 아프리카 경제개발 등)
△전 국무총리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관리팀장

윤세미 fiyonas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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