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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국무 말처럼 한반도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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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核) 정책이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틸러슨 장관은 한·중·일 3국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에 대해 "테이블 위에는 모든 옵션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한·일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미국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지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선 기간 중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듯한 의미의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관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 내 비판이 나오자 한동안 이런 언급은 사라졌으나 틸러슨 장관의 입에서 다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외교 관련 발언은 아직 정제돼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다만 이들이 자주 언급하고 또 자명하기도 한 사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바로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국제정치, 국제 안보에서 '100%'라는 것은 없으며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조만간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실시하고 미 정보 당국이 내부적으로 북의 핵무장을 인정하게 될 때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이 군사행동으로 나설 수도 있고 정반대로 미·북 평화협정과 주한 미군 철수가 의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도 "김정은이 매우,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북한에 보상을 해주고 핵을 동결시키는 제2의 제네바 합의로 방향을 바꿀지도 모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말 평양 방문을 진지하게 검토했고,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과 평화협정 맺는 방안도 고려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동맹을 미·일 동맹의 하부 체계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주고 있다. 지금 우리 처지가 그렇기도 하지만 이것이 한국을 잘 모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성일 수 있다. 아무래도 트럼프 행정부 한반도 정책과 한·미 관계는 그동안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불가측한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로 미군 전술핵 재반입이나 우리의 독자 핵무장 추진을 상정조차 않고 있다면 국가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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