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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공무원 정치 허용' 표 얻으려 불법·위헌 약속까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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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공무원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 등을 허용하겠다고 공약한 것은 우리 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 중립(7조), 교육의 정치 중립(31조)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도 '공무원은 정당이나 정치 단체 결성에 관여·가입할 수 없고, 선거에서 특정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교원노조법도 교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과 2014년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규정한 공직선거법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등에 합헌(合憲)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 허용으로 공직 사회가 지지 정파별로 분열할 경우 전체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직자들이 정당의 전위 부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분열·대립이 심각한 우리 정치 풍토에선 더욱 그렇다. 그에 따라 집권당이 교체될 때마다 선심·보복 인사가 반복되면 공직 사회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다. 정책도 전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특히 공무원 노조가 대놓고 정치 세력화할 경우 앞으로 공공 개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국민 세금으로 메꿔주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일들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기업에선 노조의 과도한 요구가 기업을 망하게 한다. 그러나 공공 부문은 아무리 비효율과 도덕적 해이에 빠져도 망하지 않는다. 혈세로 메꿔주기 때문이다.

당원(黨員) 교사들이 판단력이 채 여물지 않은 초·중등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상당수 전교조 교사가 사실상 정치 행위를 하고 있고 교실에선 특정 정파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다. 아예 민노당에 가입해 정기적으로 당비(黨費)를 내다 적발된 교사들도 있었다. 교사의 정치 활동이 허용되면 전국 1만1000여개 초·중·고교가 이념 싸움터로 바뀔지도 모른다.

외국의 경우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와 환경이 다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1970년대에 교사는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교육을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 우리는 정반대 상황이다.

공무원은 우리 사회에서 특수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다. 국민연금보다 유리한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고, 정년 때까지 신분 보장이 된다. 이제는 급여도 웬만한 기업 못지않아 선망되는 직업이다. 이들이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보다는 이익집단화 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거기에 영합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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