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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딸을 농고 보내려는 서울대 교수, 부디 그의 생각이 옳았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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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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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출산 장려 시대의 1세대 인구학자다. 그는 두 딸(중 3, 초 6)의 보습학원을 끊고 태권도·서예를 가르친다. 대학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서 발달에 좋을 것 같아서다. 그의 무모함(?)의 근거는 2002년 이후 이어져 온 출산율·출산 아동 감소다. 그는 큰딸이 대학 가는 2021년 4년제 대학 경쟁률이 1대 1(2015년 1.23대 1)이 되고, 2025년 0.96대 1로 떨어진다고 추정한다.

“사교육에 올인할 이유가 없다. 서예가 아이에게 유익한 면이 분명히 있는데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따로 배우는 아이가 적으니 희소성이 있을 것 같다.”(조영태의 『정해진 미래』 92쪽) 조 교수는 고령화가 없고 성장 가능성이 큰 베트남 진출을 아이에게 권한다.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도 권유한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초등학생 딸에게 농고 진학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속한 농업 인구 감소가 근거다.

세상은 조 교수의 이런 움직임을 비웃는 듯하다. 최근 통계를 보면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가 25만6000원으로 10년 새 가장 높다. 미성년 자녀 양육비 지출의 압도적 1위도 사교육비(46.3%)다. 40대 가장은 66.5%를 여기에 쏟아붓는다. 이러니 가족 여행·문화생활·의류 구입 등에 5~6%씩밖에 못 쓴다. 내수를 왜곡시켜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더 멀게는 부모의 노후 빈곤까지 초래한다. 사정이 이러니 한국이 초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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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악순환을 깰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가 희망을 준다.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을 안 시키는 부모가 는다. 또 한양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만으로 신입생의 35%를 뽑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대학이 창의적 시도를 하면 사교육 업체들이 무력화시켰다. 한양대 전형은 학교 고유의 선발 방식을 개발해서인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한다. 교수들이 좋은 인재를 고르려 전국을 돌며 발품을 파는 것도 인상적이다.

조기교육, 사교육을 안 하더라도 우수한 학생이 될 수 있고, 자라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공식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사교육의 반만 줄여도 성장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가 더 생기며 결혼·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대 조 교수는 옆집과 아이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이래도 되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미래 인구 변화를 감안할 때 사교육비를 다른 데 쓰는 게 훨씬 합리적인 소비라고 확신한다. 최근의 사교육 통계에도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조 교수의 딸이 베트남에서 농업으로 성공하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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