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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반지의 제왕' 우리은행, 독사 리더십이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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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女프로농구 챔피언 등극… 삼성생명에 연장전끝 3연승]

위성우 감독·전주원 코치 호흡… 통산 9번 최다 우승 기록도

호통 치는 감독에 더 독한 코치… 혹독한 체력 훈련에 선수들 눈물

신한은행 때부터 함께한 두 사람, 우승반지만 각각 12개 받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거치며 모은 챔피언 반지가 12개다. 다 끼기엔 양손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반지의 제왕'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위성우(46) 감독, 전주원(45) 코치다. 둘은 20일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승리하며 12번째 같은 챔피언 반지를 끼게 됐다.

우리은행은 20일 3차전에서 삼성생명을 연장 접전 끝에 83대72로 꺾고 시리즈를 3전 전승으로 마치며 팀 통산 9번째, 5년 연속 통합 챔피언(정규리그 및 챔피언전 동시 우승)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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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반지 열손가락이 부족해요" - 손가락마다 우승 반지를 꼈지만 아직도 그들은 목마르다. 위성우(왼쪽) 우리은행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열 손가락에 챔피언 반지를 끼고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선수·지도자로 합작한 반지만 각각 12개다. 둘은 "손가락이 모자라 다 끼울 수 없다"며 웃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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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부는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까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정규리그 승률 94.3%의 절대강자 우리은행은 몸을 날리며 공을 가로채고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삼성생명의 반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4쿼터 종료 2분을 남기고 61―68로 7점이나 뒤지기도 했다. 사력을 다한 우리은행 선수들은 66―68 로 추격한 4쿼터 종료 5.3초 전 박혜진이 파울 자유투를 얻어내자 모두 눈을 가리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결국 박혜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해 68-68 동점. 경기는 연장에 들어갔고, 우리은행은 강호다운 뒷심으로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우리은행은 올해도 2013년부터 매년 해왔던 '감독 밟기' 세리머니를 했다.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친 이후 코트에 눕히고 너나없이 사정없이 밟았다. 선수들이 1년 동안 혹독한 훈련으로 맺힌 한을 푸는 순간이다. 박혜진은 "후배들이 선배들 자리를 차지하고 사정없이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밟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위성우 감독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아픈 것 같다"며 시상식 내내 허리를 잡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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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감독과 전 코치는 2005년 신한은행 시절부터 함께했다. 당시엔 위성우 코치, 전주원 선수 신분이었다. 2005년부터 코치와 선수로 6차례 챔피언전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전주원이 신한은행 코치가 되면서 2012년 반지 하나를 추가했다. 그해 둘은 새로운 도전을 찾아 우리은행으로 왔다. 이번엔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신분이었다.

당시 우리은행은 꼴찌가 익숙한 하위팀이었다. 위 감독은 "나는 '별 볼일 없는 선수' 출신이지만 '별 볼일 있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 선수 위성우는 만년 벤치 멤버로 은퇴한 인물이다. 반면 여자 농구의 레전드였던 전주원은 "지도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했었다.

우리은행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 둘은 부임 첫 시즌인 2012~2013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 등극을 이끌어냈다. 혹독한 체력훈련, 올빼미 강훈련으로 선수들은 눈물 콧물을 흘리며 두 사람을 따라야 했다. 상대가 공을 잡자마자 수비에 돌입하는 체력은 그렇게 길러졌다.

농구계에선 '위성우 리더십 분석'이 화제다. 그는 끊임없이 호통치고,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냉정함 때문에 별명이 '독사'가 됐다. 위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직후에도 똑같이 혹독하게 훈련시켰죠. 저 자신이 좀 무섭던데요. 이기려고 하는 것이 이젠 습관이 됐어요." 그렇다면 전주원 코치는 선수들을 보다듬어주는 언니 역할일까. "아뇨. 제가 더 독해요. 가끔 감독님이 선수들을 나무랄 때 귓속말을 건네죠. '감독님, 더 강하게 해야 돼요'라고요." 이날 챔피언전 3차전에선 존쿠엘 존스가 27점 25리바운드로 활약했고, 박혜진이 19점, 임영희가 16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4쿼터 막판 동점 자유투를 던진 박혜진은 기자단 투표 64표 중 39표를 얻어 챔피언전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농구에만 매달린 탓에 위성우 감독은 고등학생 딸에게 '용돈만 주고 집에 안 오는 빵점 아빠', 전주원 코치는 중학생 딸에게 '떡볶이도 못해주는 빵점 엄마'란다. 위 감독은 "기억에 남을 만한 경기였다. 그래도 우승은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좋다"고 했다. 앞으로도 우승을 향한 욕심은 멈출 수 없단다.

"우승 맛이 정말 짜릿해요. 최고죠."(위성우) "할 때마다 늘 새로워요. 더 하고 싶은데요."(전주원)



[용인=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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