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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녹조 창궐에 4대강 사업 후퇴 … 정부, 보 열어 ‘녹·물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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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보·저수지 연계 운영안 발표

녹조 발생 시기에 보 수위 낮추고

상류 댐·저수지 방류해 녹조 희석

낙동강 남조류 최대 36% 감소 예상

640억 투입, 시범 시행 후 단계 확대

환경단체 “보 해체가 근본대책”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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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 위치한 낙동강 구미보 주변의 물이 짙은 녹색을 띠기 시작했다. 4대 강 사업으로 막 건설된 구미보에 녹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석 달 뒤에는 낙동강 전체로 짙은 녹조가 번졌다. 컵으로 강물을 뜨면 녹조덩어리가 뒤엉켜 마치 카페 음료인 녹차라테처럼 보인다고 해서 ‘녹조라테’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 때문에 수질오염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환경단체는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생긴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보를 열어 물을 흘려보내고 최종적으로는 보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이상고온과 가뭄의 영향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비가 오면 수질이 개선된다”고 맞섰다. 특히 2014년 7월엔 낙동강 강정고령보(대구달성군다사읍)의 강물이 녹조로 인해 알칼리성을 띠었고, 강바닥의 용존산소까지 고갈돼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지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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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정부는 하수처리장 등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만 줄이면 녹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조라테’ 현상은 개선되지 않았고 매년 여름이면 연례행사처럼 반복됐다. 정부가 마침내 여름철에 4대 강의 보 수위를 낮춰 물을 하류로 더 흘려보내기로 했다. 녹조 상황에 따라 보의 수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보에 물을 채워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하겠다던 ‘4대 강 사업’의 취지에서 사실상 후퇴한 셈이다.

20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는 4대 강의 녹조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강수량이나 댐 저수량 등을 고려해 네 가지 운영 시나리오가 마련됐다. ▶상류 댐·저수지에 비축된 물이 있을 경우 먼저 보 수위를 낮춘 다음 댐·저수지의 물을 방류해 희석하는 방안 ▶상류 댐·저수지에 비축된 물이 없을 경우 하류의 보 여러 개를 동시에 방류하는 방안 ▶비축된 물이 없을 경우 상류에 위치한 보부터 순차적으로 방류하는 방안 ▶여러 보를 동시 방류하고, 비가 내리면 물을 모았다가 다시 방류를 반복하는 방안 등이다. 비용은 640억원가량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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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가장 효과가 뛰어난 첫 번째 방식을 적용할 경우 낙동강(중하류 5개 보)에서 녹조 원인 생물인 남조류 세포 숫자가 22∼3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강에선 엽록소a(식물플랑크톤의 농도 지표)가 13∼34%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수위를 주변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까지 최대로 낮출 경우(지하수 제약 수위)에는 하천 유속이 20~119%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올해 녹조가 심한 일부 보를 대상으로 시범 시행하고, 추가 검증을 거쳐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 수위를 낮춰 유속을 높인다는 건 물이 흘러야 수질이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며 “결국 이번 대책은 4대 강 사업 전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수위를 낮출 경우 농업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어도가 물 밖으로 드러나 물고기 이동 제한 등의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4대 강 보 해체 등의 근본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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