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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을 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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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통 사람'이라는 보통명사는 전두환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켰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통 사람’을 내세워 당선되면서 기만적이거나 모순적인 어감을 가진 정치적 용어가 됐다. 그 말의 탄생만큼이나 상충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보통사람>이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87년 무렵 한 강력계 형사를 주인공으로 보통 사람의 시대적 의미를 짚어보는 이 영화를 두고 엇갈리는 비평을 한데 싣는다.

이웃 피흘릴 때 우린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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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사람>의 안기부 실장(장혁)은 그동안 사회고발 영화들에서 나왔던 권력자들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엔 그 권력자들을 무찌르는 영웅은 없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빚는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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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독재와 폭력에 굴종한

우리들의 부끄러움 모습 담아

주인공은 젊을 적 김기춘 닮아

2004년 김봉한 감독은 1975년 연쇄살인마 김대두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화 <보통사람>의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제작이 13년이나 늦춰지면서 배경은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로 바뀌었지만, 한대수 노래 ‘행복의 나라로’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1980년대로 우회한 뒤에도 영화는 모태펀드에서 줄곧 투자를 거부당했고 제작이 결정된 지 3년 만인 지난해에야 촬영이 시작됐다. 감독과 배우는 전면 부인했지만 2017년 탄핵 이후를 살고 있는 관객들은 안기부 실장 최규남(장혁)에게서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의 젊은 시절을 본다. 그런데 그것뿐이라면 이 영화는 특별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베테랑>(2015)과 <내부자들>(2015) 이후 사회고발 영화는 스크린의 큰 흐름이 됐다. 이들 영화는 대부분 부정부패로 다수의 재산을 빼돌리고 민주주의적 투표나 진실 규명 같은 사회의 건강함을 지키는 행위마저 병들게 했던 범인으로 재벌, 언론, 정치인, 검찰 등을 지목한다. 탐관오리 죄상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그들을 혼쭐내는 의적을 그려낸 고전과 똑같은 쾌감을 선사한다. ‘가진 놈들 때문에 사회가 이렇게 됐다’는 고발자의 태도에 변화가 보인 것은 <더 킹>(감독 한재림)부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 킹>은 부정하더라도 권력의 일부가 되고 싶은 욕망은 개발시대를 살았던 모두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선한 얼굴을 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권력도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영화 <보통사람>은 아예 독재와 폭력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그만 자율적 의지를 내주고 말았던 시대와 우리들에 대한 부끄러움을 담았다.

<보통사람>에서 국가에 충성하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은 뜻하지 않게 국가(실은 정권)의 정체에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안기부 실장 라인을 타면서 이제 살맛 나게 됐는데 그 살맛이 살인사건 조작해서 얻는, 누군가의 피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이 문제다. 그는 갈등하고, 범인으로 몰린 청년을 외면하고 싶어한다. “(밥상 밑에 앉아서) 떨어지면 고맙다고 먹기나 해.” 안기부 실장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최강희 논설위원이 상구(이병헌)에게 “짖지 말고 예쁘게 따라오라”고 했던 것과 비슷한 대사를 한다. 그런데 <내부자들>의 대사가 권력자들의 얼굴을 드러내기 위해 쓰였다면 <보통사람>에선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라면 과연 저 부스러기를 먹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이미 무언가를 적당히 나눠 먹으며 성장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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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사람>의 취조실.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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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피 흘릴 때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지 묻는 영화는 주제 면에선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와 닮아 있다. 왜 민중이 개돼지 같은 존재가 됐는지, 침묵했던 ‘보통 사람’에게서 근원을 찾는 영화는 주제뿐 아니라 여러 점에서 문제작이다. 범인 역을 맡은 조달환의 연기는 피할 수 없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에서 청년은 단 한 건의 살인만을 인정한다. 민생치안을 도구 삼아 독재를 유지하던 그 시절, 시국 사건을 가리고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정권은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마저 조작해낸다. 어쩌면 진짜 범인은 정작 묻히고 만 것은 아닐까? 영화의 원래 제목은 <공작>이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왜 남자들만의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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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에게 바나나를 갖다주며 기뻐하는 <보통사람>의 정서는 한편으론 영화 <국제시장>과 맞닿아 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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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훨씬 다양하게 전개

중년남자 반대편의 이야기 없어

라미란을 기껏 언어장애인으로?

<보통사람>의 시사회가 끝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라미란이 이렇게 청순가련하게 나왔던 영화가 있었나?”였다. 물론 라미란이 늘 억센 캐릭터만 연기하라는 법은 없고 ‘청순가련’(난 이 생각 없는 단어를 무척 싫어하는데)이 그 익숙함을 깨는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초 가부장인 남편 밑에서 착하고 온순한 얼굴만 보여주는 이 캐릭터를 보면 갑갑하기만 하다. 굳이 이런 캐릭터를 위해 라미란 같은 배우를 쓸 필요가 있을까?

이 캐릭터의 묘사가 더 갑갑한 건 영화가 이 사람을 언어 장애인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라미란은 자동적으로 모든 대한민국 여자배우를 ‘청순가련'하게 만드는 침묵과 대사 없는 표정 연기와 수화의 함정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보통사람>은 대사와 이름이 있는 여성 캐릭터가 서너 명 정도밖에 안 나오는 ‘알탕’영화이다. 이런 영화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비중이 있는 여성 캐릭터 한 명의 목소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이유는 있다. 그 이유는 손현주가 권력에 순종적인 마초 가부장 형사로 나오는 것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보통사람> 영화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면 설정에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자기 딴엔 좋은 아버지와 좋은 남편, 좋은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마초 가부장을 1987년이라는 위험한 시기에 떨어뜨려놓고 그가 철석같이 믿었던 세계 속에서 무너뜨리는 건 의미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데자뷔가 너무 강하다. <보통사람>이 다루는 이야기나 캐릭터가 진부하거나 의미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중년 가부장 남성이 주인공인 80년대 민주화 배경 소재의 영화로 넓히면 사정이 달라진다. 앞으로 나올 <택시운전사>와 <1987>까지 포함해도 특별히 다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1987>의 경우는 김태리가 꽤 큰 비중으로 나온다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유일한 여성 주연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며 이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해 솔직히 걱정이 크다.

문제는 이런 것이다. 소위 진보적인 주제를 다루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중년 가부장 남자가 아닌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상상하는 것을 거의 기형적일 정도로 힘들어한다는 것. 물론 각각의 이야기는 큰 문제가 없다. 중년남자들은 대부분 시스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의 집합이 오로지 이들의 시점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정상일까?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은 그런 식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야 정상이다. 그렇다면 그 다른 이야기들은 어디에 있는가. 왜 우리는 오로지 중년 남자들의 이야기만 들어야 하는가. <보통사람>에서 중년 남자의 참회와 반성은 강렬한 소재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는 그 반대편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편화된 뒤에 나오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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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통사람>.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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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신경 쓰이는 것은 이 영화들의 회고적 성향이다. 80년대는 옛날이다. 당시에 태어난 사람들이 이제 30대가 되었다. 하지만 역사를 다루는 영화의 도구가 오로지 회고뿐일까. <보통사람>을 지탱하고 있는 고통스럽고 힘든 기대를 견뎌온 불쌍한 ‘나'의 서사가 <국제시장>의 접근법과 얼마나 다른지 난 잘 모르겠다. 이런 인정욕구가 영화의 주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듀나/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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