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36770908 0322017032036770908 08 0801001 5.17.1-RELEASE 32 IT조선 0

"완고한 애플, 고가 전략 때문에 중국서 고전"...오포 창업자가 바라 본 애플

글자크기
"애플은 때때로 너무 완고하다(stubborn). 오포와 비보는 고급 기능을 값싸게 공급하는 전략을 펴서 성공했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3위를 차지한 오포와 비보를 보유한 부부가오(步步高・BBK) 설립자 돤융핑(段永平・Duan Yongping, 56)이 10년만에 언론 앞에 섰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그는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한 이유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돤은 "애플의 운영체제(OS) 등은 훌륭하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우리가 애플을 앞질렀다"며 "애플 역시 결함이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우리를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중국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 펼치는 '고가 전략'을 중국에서도 고수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IT조선

오포와 비보는 스마트폰 후발 주자다. 2005년 설립된 오포는 음악 재생기기를 판매하다가 2011년 스마트폰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비보는 2009년에 설립됐다. 돤은 "처음에는 어떤 상품도 주목받지 못했다"며 "아이폰은 혁명적인 앱 시스템과 우아한 인터페이스로 사용자를 매료시키고 있었고, 블랙베리는 기업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포와 비보는 중국 전역에서 판매 네크워크를 기반으로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광고도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고사양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결국 중국 시장에서 1,3위라는 성과를 올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오포와 비보 스마트폰의 충전 속도, 메모리, 배터리 수명은 아이폰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아이폰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쓴맛을 봤다. 반면 오포는 시장점유율이 1년 만에 2배(8.2%에서 16.8%로) 상승하며 2015년 공동 4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오포의 형제기업 비보 역시 2015년 8.2%에서 2016년 14.8%로 점유율을 확장하며 3위를 기록했다.

◆ 애플 주주인 BBK 설립자 "팀 쿡 만났지만, 그는 내가 누군지 몰라"

돤은 애플의 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정확한 구매시점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해외 자산의 상당 부분이 애플 주식이라고 말했다. 돤은 2013년 이후 애플 제품,주가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아이폰으로 총 4개의 기기를 들고 다닌다.

그는 "애플은 특별한 회사"라며 "애플은 우리가 배워야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겠다는 생각은 없으며, 우리 자신을 발전시키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IT조선

그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자 대 경영자가 아닌 투자자와 경영자의 만남이었다. 돤은 "쿡 CEO는 나를 알지 못했겠지만, 여러 행사에서 그를 만났다"며 "우리는 잠깐씩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 "경영 복귀 하지 않을 것"...美 거주하며 투자에 관심

돤은 국영 회사인 진공관 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자본주의를 수용하고 개인 투자를 개방하기 시작하자 1990년쯤 중국 광둥성에 전자업체를 세우고 '쑤보르(Subor)'라는 게임기를 만들었다. 100~400위안(1만6200~6만5000원)에 팔리던 쑤보르를 인기를 모았고, 1995년 10억위안(1623억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돤은 쑤보르의 성공을 바탕으로 두번째 창업에 나섰다. 그때 만든 회사가 BBK, 중국명 '부부가오(步步高)'로 '점점 높아진다'는 뜻이다. BBK는 mp3플레이어와 DVD플레이어를 만들었고 자회사인 BBK 커뮤니케이션즈 이큅먼트(Bubugao Communication Equipment)는 2000년 중국에서 가장 큰 피처폰 제조업체로 성장해 노키아,모토로라와 경쟁했다.

사업이 안정되자 돤은 2001년 투자 및 자선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BBK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했고 회사 문을 닫는 것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BBK는 폐업 대신 두 가지 산업으로 새롭게 진출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2005년 설립된 오포는 음악 재생기기를 판매하다가 2011년 스마트폰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2009년에 비보도 만들었다.

돤은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기자인 아내, 아들과 함께 살면서 경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BBK 이사회에는 참석하고 있지만 오포와 비보와 관련된 정보 대부분을 인터넷으로 받는다. 그는 현재 회사 경영보다 주식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돤은 2006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점심을 먹기 위해 62만100달러(6억9389만원)를 쓰기도 했다.

돤은 "나는 결코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나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IT조선 정미하 기자 viva@chosunbiz.com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