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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날 것의 다큐멘터리...믿고 가는 페루 시장 5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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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다와 탕탕의 지금은 여행 중(66)

한 나라를 공감각적으로 이해하는 바로미터는 시장이다. 그곳엔 훈제되지 않은 날 것의 인생 다큐멘터리가 종횡무진 펼쳐진다. 페루 도시를 넘나들 때마다 시장에 쓱 몸을 밀어 넣으며 중얼댔다지. “아, 살아 있어 참 다행이야!”

시장을 탐하며 그렇게 페루에 길들여졌다.
한국일보

내가 앉은 자리가 곧 숍이요. 여행자의 발길이 잦은 명당엔 핸드메이드 기념품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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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성스러운 계곡 속 잉카 우주, 친체로 시장(Mercado de Chinc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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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시장에서 지름신이 강림하는 이유는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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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민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 단순한 호기심인가, 이기심인가. (To. 할배) 가끔은 그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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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뒤편, 일부러 연출해도 나오지 못할 그런 풍경. 핏줄끼리는 몸의 언어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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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근방 시장에선 질 좋은 알파카를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어 지갑이 쉽게 열리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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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Cusco)를 베이스캠프로 여행자들을 불러들이는 범주는 크게 마추픽추와 성스러운 계곡(Sacred Valley). 그 중 성스러운 계곡 인근엔 전통시장인 피삭(Pisac)과 친체로(Chinchero)가 명성을 날리고 있다. 보다 ‘로컬스럽다’고 하는 후자를 찾아봤다.

친체로는 인근 언덕에 기거하는 잉카의 후예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장사하는 주3일제 시장이다. 화ㆍ목ㆍ일요일이 그날이다. 여행자의 동선을 꼭 맞춘 듯하다. 주차장에서 언덕 위 교회까지 여행자의 발길이 잦은 길목엔 어김없이 기념품용 핸드메이드 아이템, 그 뒤편엔 생필품 관련 아이템과 먹거리 판매가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여전히 옛 풍습에 따라 물물 교환(trueco)도 한다는 것이다. 고로 배낭 속에 묵혀온(?) 옷가지를 몽땅 싸들고 왔다. 결론은? 눈치만 보다 교환엔 실패. 사이즈, 스타일에 맞는 주인을 찾느라 졸지에 산타요, 스타일리스트가 된 기분이었다. 그나저나 새초롬한 그 소녀는 블랙 스키니 팬츠를 잘입고 있으려나, 아니면 재판매했으려나.

②불운까지 막아주는 ‘페루표 광장시장’, 치클라요 시장(Mercado Mod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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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해질 수 있는 허브도 팝니까? 아로마틱 허브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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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센 기까지 막아줍니까? 이런 황당한 질문까지 받아주는 주술사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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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무엇이든 수선해 드립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아이템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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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한 번 들어가면 같은 길로 빠져나올 수 없는 문어발식 시장. 허브 가게를 지나면 주스가게가 나오고 생고기집을 구경하면 해산물 맛집, 뒤이어 수선집이 나온다. 여행자의 큰 수혜라면 전문 수선집에서 닳은 신발 밑창이나 해진 가방 끈, 늘어난 바지 허리 모두 재봉사가 속전속결 수선해준다는 점. 다들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팁을 주자면, 직접 옷감을 사다가 지갑을 만들어달라 하면 디자이너로서 아이디어까지 더해 만들어준다.

최고는 시장 남서쪽에 있는 주술사 코너(Mercado de brujos)다. 온갖 부적과 강장제용 물약, 동물 껍질과 뼈 등 ‘넘사벽’ 세계의 호기심을 툭 건드린다. 무엇보다 이방인에게 인심을 퍼주고 사진 포즈를 취하는 등 우리네 정과 살가움이 응집해 있다. 시장이 가진 ‘온기’라는 말, 여기서 이해했다.

③카오스 앞에 무장해제, 리마 시장(Mercado Municipal Gran Mariscal Ramón Cast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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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주력할 고객이 아니라고 여기는 똑똑한 상인들 덕에, 시장 내에선 호객용 고함을 들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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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세비체, 다른 맛. 난 호객 할매에 끌려 앉고(좌), 탕탕은 우글대는 손님 사이에 끼어 앉았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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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와 맛, 가격에 따라 심각한 결정장애에 빠지는 올리브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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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가게’, 주렁주렁 물건을 매달고 다니는 행상인 구경으로 하루가 다 간다. 빈틈없는 머플러로 드레스를 입은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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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는 가만히 있어도 움직이는 듯한 요람의 도시다. 동시에 남미 수도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도시다. 해질녘 여는 리마의 최대 수산 시장(Terminal Pesquero de Villa Maria del Triunfo)으로 진격하기를 망설인 것도 그 때문. 대신 중앙 광장(Plaza de Armas)에서 다섯 블록 떨어진 이 빌딩형 시장이 위로가 된다. 특히 시장 내 식당은 리마 지역색이 드러난 파라다이스. 대체로 해산물 메뉴로 무장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쓴 전략은 이거다. 첫째, 손님이 많은 곳에 궁둥이 붙이기. 둘째, 각자 맘에 드는 식당을 골라 먹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따로따로 미식의 즐거움에 빠졌다. 빌딩을 둘러싼 외곽 아우라도 일품이다. 휘황찬란 파티용품 파는 가게, 군것질을 파는 행상인, 반나체로 일관한 인디오 공연과 차이나타운까지 숨 넘어갈 듯 연결된다.

“아, 환장할 것 같은 카오스로구먼!”

④외국인 천지 속 현지인 맞춤형, 쿠스코 시장(Mercado San Ped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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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두리는 트렌드에 민감해(!) 시기에 따라 파는 품목도 변화무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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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고 빛이 고르게 들지 않는 시장은 나도 모르게 속보까지 하게 한다. 핀 아웃된 사진만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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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를 포함해 인근 여행지로 출정하기 전, 서바이벌 군것질 쇼핑은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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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한 페루에서, 쿠스코 숙소엔 남아도는 방도 많고, 정통 프랑스식 케이크를 맛볼 기회도 잦다. 왠지 이방인에게 제자리를 물려준 듯한 쿠스코. 쿠스코 로컬의 힘은 바로 산 페드로 시장이다. 시장 전방 100m부터 치열한 ‘판매 배틀’이 붙는다. 서서, 앉아서, 걸어 다니며….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상인이 손님보다 많다고 느껴질 정도. 그리 크지 않은 단층 시장은 기념품 구매부터 소액으로 즐기는 식사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시장 밖은 동네 소식을 즉각 알려주는 호외(號外)격. 축제가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꽃과 장식품으로 그날의 돗자리가 깔린다. 다만, 가죽 벗겨진 당나귀 머리, 숯불에 구운 꾸이(cuy, 기니피그 요리) 등을 스치면, 페루 문화를 너무 깊이 알아버렸다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⑤136년 쌓기의 기술, 아레키파 시장(Mercado San Cami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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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한눈에 페루인의 일상을 훔쳐보는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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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과일 코너에 갈 때면 숨도 참고 까치발을 들고 걸었다. 와르르 무너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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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치즈, 주전부리 등 주로 식문화에 강세를 드러내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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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도시로 알려진 아레키파의 제법 모던한 시장. 이래봬도 그 명맥을 이어온 지 올해 136년째다. 결벽증 환자도 쌍수를 들 만큼 쾌적한 환경이 최고의 자랑거리. 복도식 복층구조의 1층은 판매처, 2층은 식당이다. 2층에서 식사 후 페루인의 일상을 내려다보다가 1층에서 테이크아웃 한 생과일주스를 쪽쪽 빨아 마시면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관광 코스가 된다. 무 자르듯 섹션을 나눈 주도면밀함 가운데 화룡점정을 찍는 건 다단계식 과일 코너. 이렇다 할 도구 없이 열과 행을 맞춰 쌓아 올린 모습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이곳을 훑으면 페루의 문화를 꿰뚫어보는 천리안이 된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 저자인 클리포드 라이트(Clifford A. Wright)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요리는 문화의 방증이다(Cuisine is the result of culture).”라고.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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