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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옛날이야기가 최고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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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스토리텔러 맥도널드씨

아이들에 책 그대로 읽어주지 말고 연령 따라 꾸며서 얘기해주면 좋아

동아일보

전 세계 설화를 수집해 구연으로 전파하는 마거릿 리드 맥도널드 씨가 18일 한국을 찾아 어린이와 교사, 도서관 사서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의 힘’을 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부모는 스스로 책을 읽진 않아도 자녀는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게임 그만하고 책 좀 읽어라”라며 책 읽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이야기꾼(스토리텔러) 마거릿 리드 맥도널드 씨(77·여)는 “잠들기 전 부모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맥도널드 씨는 19일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초청으로 어린이와 교사, 그리고 부모들에게 스토리텔링의 즐거움을 알려줬다. 스토리텔러란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조선 후기에 직업적으로 이야기를 낭독하는 전기수(傳奇수)가 있었고 판소리꾼도 넓게 보면 스토리텔러다. 구연동화처럼 아동만이 아니라 다양한 청중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연극과 음악을 곁들이기도 한다.

맥도널드 씨는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스토리텔러는 바로 부모라고 강조했다. 그는 “꼭 책에 있는 글자 그대로 읽어줄 필요는 없다”고 스토리텔링의 팁을 얘기했다. 부모가 조부모에게 들었던 ‘금도끼 은도끼’ ‘콩쥐팥쥐’ ‘별주부전’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옛날이야기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연령에 맞춰 이야기 길이를 조절할 수도 있고 구성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한다. 가족이 역할을 나눠 맡아 연기를 해도 즐거워한단다. 부모에게 들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재정리해 동생에게 들려주면서 창의성을 발휘한다고 맥도널드 씨는 말했다.

미국의 한 어린이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맥도널드 씨가 옛날이야기에 눈뜬 것은 1965년. 헝가리 설화나 아프리카 구전동화를 접하며 각 나라의 문화가 녹아있는 이야기의 힘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말로만 전해지다 보니 부정확한 경우도 있었다. 이때부터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설화를 수집해 민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낸 설화 관련 책만 66권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미국 도서관 사서들은 조용했다. 그러나 맥도널드 씨는 도서관의 허락을 받아 따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동작도 맞춰 보여줬다. 부모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맥도널드 씨는 “전 세계 어디나 구전문학은 그 사회의 규범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정직하게 살아라” “남을 배려해라” “효도를 해라”란 말을 들을 때면 잔소리처럼 들리지만 재미있게 이야기로 꾸미면 아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맥도널드 씨는 부모들에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애들은 그저 ‘엄마 어릴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재밌어 해요.” 말주변이 없다면 그림이 아름다운 책을 같이 펼쳐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맥도널드 씨는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의 옛날이야기를 수집했는데, 앞으론 한국의 이야기도 수집해 세계 어린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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