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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안갯속 한국경제] '근혜노믹스' 폐기 위기 속 고개 드는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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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으로 혼인세액 공제 등 기존 경제정책 추진 동력 상실

조기 대선 국면에 쏟아지는 장밋빛 공약…정책 불확실성만 커져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정부가 최근 경기 불황의 해결책으로 쏟아낸 정책 중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추진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정부 고위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 정책들이 원안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집권 여당이 사라진 탓에 고전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주자들의 설익은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쏟아지면서 정책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꾸려질 때까지 정책 불확실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경기 위축을 막을 수 있는 단기 처방 위주로 탄핵 정국을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혼인세액 공제 정치권 반응 싸늘…추진 동력도 시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혼인세액 공제 정치권 반응 싸늘…추진 동력도 시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결혼하는 커플에게 최대 10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의 혼인세액 공제안을 내놨다.

이 제도는 2019년 말까지 총급여 7천만원 이하인 서민·중산층 근로자가 결혼하면 1인당 50만원, 맞벌이 부부는 100만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골자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혼인율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한 정부가 내놓은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이 정책은 최근 국회 상임위 안건에서 아예 배제될 위기에 놓였다.

야당 정치인들이 고용 관련 세제 개편은 이견 없이 안건으로 받아들였지만, 혼인세액 공제는 우선순위에 밀린다는 이유로 안건 상정조차 할 수 없다며 버텼기 때문이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야당 간사들을 만나 끈질기게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가까스로 혼인세액 공제안은 상임위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5개 야당 간사를 만나 설득하려면 최소 하루가 꼬박 걸린다"라며 "대통령 탄핵 이후 여당이 사라지면서 국회를 설득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정부가 장기화하는 경기 불황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쏟아낸 정책들 대부분이 집권 여당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달 금요일 조기퇴근 등을 담은 내수 활성화 방안과 수제 맥주의 편의점 판매 등을 골자로 하는 투자 활성화 방안을 잇따라 내놨지만 언제 시행될지 예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처럼 정부가 고심해 내놓은 정책들마저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되면 또다시 경제 회복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산악관광개발 중단하라"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4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강원행동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부결 환영과 강원도청 앞 443일 농성 해소 기자회견을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1.4 conanys@yna.co.kr



◇ '손톱 밑 가시' 여전…박근혜표 규제개혁 사실상 물 건너가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하며 추진했던 규제개혁 정책 중 상당수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한 채 마무리될 위기에 놓였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본뜬 무역투자회의를 부활시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무역투자회의가 수출 중심이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활성화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현재 정부가 무역투자회의를 통해 전방위적 규제 완화로 완공을 추진하겠다고 한 42개 프로젝트 과제 중 절반에 가까운 20개 과제는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사실상 마지막으로 열린 무역투자회의에서 남은 20개 과제 중 19과제가 올해 중 착공할 것이라면서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강원도 산악관광 시설, 수상태양광 발전 시설 조성 등 일부 프로젝트는 주민 갈등, 시민단체 반발 등으로 추진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특히 일부 프로젝트는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만 더 부각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올해 착공 예정인 현장대기 프로젝트 중 진도율이 낮은 상당수는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 입안됐지만 1년이 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각종 규제 완화 정책들도 더 이상의 추진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연합뉴스

일자리 창출방안 발표하는 문재인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문캠 일자리위원회 출범식에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7.3.13 jeong@yna.co.kr



◇ 정부 정책은 주춤…쏟아지는 대선 주자 공약들

정부 정책이 주춤하는 사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주요 대선 주자들의 공약만 부각되면서 정책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두들 앞다퉈 최악의 경기불황을 해결할 '묘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부족해 '포퓰리즘'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야권 선두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대선 주자들은 포퓰리즘이라며 입을 모아 평가절하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0년 일하면 1년을 쉴 수 있는 '전 국민 안식제'를 만들겠다고 제시했지만, 사기업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만원 상당의 기본소득을 약속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은 재원 마련과 관련한 날 선 공세에 꾸준히 시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힘이 실리면서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각종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자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가 더욱 움츠러드는 모습도 감지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만들고 있는 대선공약에 경제계가 과도한 규제 입법이라고 반대하는 상법개정안을 넣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대선까지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전까지는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는 정책에 주력하고서 그 이후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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