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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맛집]충무로 직장인들의 가성비 최고의 숨은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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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하고 담백한 백숙 먹고 닭곰탕에 칼국수까지

벌써 7년이 됐다. 레스토랑과 호텔 주방에서만 일을 하다 내 개인 책상이 있는 회사에 출근하게 된 것은 분명 내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직관적으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상급 셰프의 지시를 하늘의 뜻으로 따르고 실행하는 주방 문화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부터가 내게는 모두 신선한 경험이었다. 점심시간에 회사 밖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부터가 그랬다. 식당에서 일할 때는 낮 12시에 사복을 입고 밖에 나가 식사를 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점심시간에 넥타이부대와 함께 식당에 앉아 밥을 먹는 기분은 아주 묘했다.

특히 회사가 충무로에 있어서 충무로·을지로 일대 노포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묘미가 꽤 쏠쏠하다. 더욱이 70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인 데다 식품회사이고 보니 사내 어르신들 중에는 ‘맛집’을 즐겨 찾는 분들이 많다. 점심시간에 입사경력 30년 이상 되신 분들을 잘 따라가면 충무로·을지로 일대의 보석처럼 숨은 노포를 발견하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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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차림표. 문구가 식당의 컨셉트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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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수많은 노포들 중 나에게 매우 특별한 곳은 ‘사랑방 칼국수’ 집이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내가 어깨가 축 쳐져 있을 때 회사의 어르신 한 분이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을 사주시며 위로 해주셨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1968년에 시작했으니 나보다 딱 10살 많은 식당이다. 근 50여 년 간 칼국수와 통닭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가게를 들어가면 정면으로 주방이 보인다. 머리가 하얀 멋진 풍채의 사장님께서 칼국수를 열심히 끓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오른쪽 벽에 ‘내용있는 음식, 실속있는 식사’라는 글자와 독특한 메뉴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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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백숙'을 주문하면 스테인리스 스틸 쟁반에 백숙 한 마리가 담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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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가장 유명한 메뉴는 ‘요것이 맛좋은 칼국수’, ‘계란 넣은 칼국수’ 그리고 ‘통닭백숙’이다. 밖에 보이는 간판에는 ‘통닭’이라고만 쓰여 있어서 정말 닭튀김 메뉴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적당히 씹는 맛이 있어 쫄깃하고 부드러운 닭 한마리가 ‘스뎅 쟁반(스테인리스 스틸 쟁반)’에 통으로 올라가 있는 백숙 메뉴다.

나로 말하면 거의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인데 고기를 물에 넣어서 먹는 샤브샤브·삼계탕·백숙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가 물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어쩐지 맛이 다 빠진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여기 ‘사랑방 칼국수’에서 통닭 백숙을 먹는 재미있는 방법을 회사 어르신께 배웠다.

이 집 칼국수가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먹는 방법을 갖고 있는데, 주변에 노포가 많은 우리 회사의 방법은 이렇다. 우선 가능하면 4명 단위로 함께 간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내주는 우엉차를 한 잔 마시고, ‘통닭백숙’ 한 마리에 ‘계란 넣은 칼국수’ 두 개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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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를 잔뜩 넣은 초고추장소스에 통닭 백숙을 찍어먹으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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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금 기다리다 보면 양은냄비에 닭곰탕 국물과 겉절이 그리고 통닭백숙에 찍어먹을 빨간색 마성의 초고추장 소스와 파가 나온다. 초고추장 소스에 파를 미리 담가 놓고, 닭곰탕 국물을 몇 숟가락 떠먹다보면 아름다운 자태의 닭 한마리가 놓인 쟁반이 눈앞에 당도한다. 먹기 좋게 닭을 네 등분 한 뒤, 각자 선호하는 부위의 쫄깃한 닭살을 맛본다. 여기에도 순서는 있다. 처음에는 소금에 찍어 닭고기 자체의 맛을 즐기다가, 약간 지루해 지면 파가 듬뿍 담긴 초고추장 소스에 찍어 먹고, 겉절이까지 감싸서 먹는다. 어느 정도 먹고 닭고기가 약간 남았을 때, 살을 잘게 발라서 처음에 함께 나온 닭 국물에 넣고 끓인다. 여기에 서비스로 주시는 공기밥까지 넣으면 닭곰탕이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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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육수로 만드는 '계란 넣은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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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오는 것은 ‘계란 넣은 칼국수’다. 칼국수를 멸치 육수에 먼저 끓이다가 후에 계란을 탁 깨서 넣는데, 이때 함께 간 어르신은 계란을 휘휘 풀지 말고 가만히 둔다. 그러면 편의점에서 유행하는 ‘감동란’보다 조금 덜 익은 상태의 수란이 만들어 진다. 나중에 여기에 칼국수 면을 찍어 먹듯이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쑥갓과 김·고춧가루 고명이 색색이 올려진 시원하고 칼칼한 멸치 육수에 겉절이를 올려 먹는 맛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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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이 와서 통닭백숙 한 마리와 계란 넣은 칼국수 2인분 정도를 시키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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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이 오순도순 앉아서 통닭백숙과 칼국수로 짧지만 풍요로운 점심을 즐길 수 있는 행복. 주방에서 일할 때는 몰랐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몰랐다. 잠깐 쉬면서 충전도 할 수 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도 참 맛있다. 회사 일로 힘들 때 따뜻한 위로와 함께 먹었던 많은 점심들. 모든 직장인이 이 덕분에 회사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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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정윤

셰프. 웨스틴조선호텔, 호주 하얏트퍼스, 스페인 알리시아 연구소 등에서 일했다. 전통 장의 가치와 식재료를 연구하고 해외에 알리는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헤드셰프로 근무중이다.

▶사랑방 칼국수

주소 중구 충무로3가 23-1(중구 퇴계로27길 46)

전화번호 02-2272-2020

영업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일요일 오전 9시~오후 4시. 명절 휴무

주차 불가능

메뉴 요것이 맛좋은 칼국수 6000원, 계란 넣은 칼국수 6200원, 닭곰탕 6500원, 백숙백반 8000원, 통닭백숙 1만6000원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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