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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反블랙리스트' 상징 광화문 블랙텐트 71일만에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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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18일 공식 해체…향후 운영계획 논의할 것 ]

머니투데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광장극장블랙텐트' 앞에서 예술인들이 텐트 해체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한국연극사에서 극장사가 곧 민주주의 역사가 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며 "천막극장 해체와 함께 광장블랙텐트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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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는 연극인들이 서울 광화문에 설치한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설치 71일만에 해체됐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과보고와 선언문 낭독, 현판식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텐트 철거가 진행됐다.

이해성 블랙텐트 극장장은 "블랙텐트는 1차 목표였던 박근혜 퇴진을 완수하고 이날 해체되지만 남아있는 적폐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블랙텐트 정신은 오늘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맞았다"고 밝혔다.

광장극장 블랙텐트는 지난해 말 불거진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의한 예술 검열에 항의하고 연극, 극장, 예술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 1월 7일 연극인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기습 설치한 극장이다. 설치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를 조건으로 걸고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1월 16일 개막공연 '빨간시'부터 탄핵 선고 전날이었던 지난 9일 '봄이 온다' 마지막 공연에 이르기까지 400여 명의 예술가가 총 72개의 공연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총 337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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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광장극장블랙텐트' 앞에서 예술인들이 텐트 해체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철거를 시작하고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한국연극사에서 극장사가 곧 민주주의 역사가 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며 "천막극장 해체와 함께 광장블랙텐트의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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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텐트 운영위원이자 광화문캠핑촌 촌장인 송경동 시인은 "(광화문에 텐트가 들어선지) 4개월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긴 겨울 넘어 민주주의의 봄을 맞이했지만 이제 시작이다. 블랙리스트 관련 헌법 소원을 준비 중이고 국정원도 지난 주에 고소했다. 다음 정권은 블랙리스트 관련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고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랙텐트의 향후 운영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공개 토론회를 시작으로 연극인을 비롯한 예술인 포럼을 개최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극인 텐트를 비롯한 광화문 캠핑촌은 오는 25일까지 해체할 예정이다. 25일 이후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천막만 남는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연극인들의 저항정신은 대학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은 '2017 봄 페스티벌'의 화두를 '파업'으로 정했고, 아르코 극장 앞에서는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사퇴를 위한 1인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연극인 연석회의를 통해 블랙텐트를 비롯한 블랙리스트 대한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은 "블랙텐트는 이 시대 공공극장들이 갖지 못한 사회 감시 기능을 대신 수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광화문 블랙텐트의 정신은 이미 대학로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예술인들은) 이번 일만큼은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다"라고 강조했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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