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주꾸미의 참맛을 알게 해준 집
그러다 어느 날 오전 집 근처 골목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주황색 간판에 ‘꼼장어 쭈꾸미’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글자를 봤다. 분명히 오며가며 봤던 간판일 텐데 ‘이런 게 여기 있었나’ 싶었다. 아마도 내가 원래 꼼장어를 즐겨먹지 않아서 간판에 먼저 쓰인 ‘꼼장어’라는 단어를 눈여겨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즈음에는 주꾸미에 꽂혀서 매주 주꾸미 식당을 찾아다니며 먹던 때라 간판 뒤에 쓰인 ‘쭈꾸미’라는 단어를 보고 반가워서 남편에게 ‘오늘 저녁에 당장 이 집에 가보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름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하면서 저녁이 될 때까지 ‘황재벌 꼼장어 쭈꾸미’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미 유명한 집이었다. 그냥 동네의 조그만 식당쯤이라고 생각했는데 대기 번호표가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설렜다. 줄이 길어지기 전에 빨리 가야하는데,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7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황재벌 쭈꾸미’ 집에 도착했다. 역시나, 남은 테이블은 딱 1개. 휴~, 아슬아슬했다.
양념 주꾸미를 중심으로 알 주먹밥을 석쇠에 올려 함께 구워먹는 게 이 집의 특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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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주꾸미와 알 주먹밥을 함께 먹으면 입 안에서 폭죽이 터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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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데 실제로 먹어보니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깻잎 한 장 깔고 탱글탱글한 주꾸미 하나 올리고 주먹밥 반 개정도 넣고 쌈을 싸서 먹으니 입 안에서 폭죽이 터졌다. 아, 지금까지 먹었던 주꾸미는 주꾸미가 아니었구나! 나는 오늘 태어나서 주꾸미를 처음 먹는구나! 한 입 가득 씹었을 때 내 입 안에서 주꾸미가 잘려지면서 튕겨나가는 느낌이란! 씹을 때마다 ‘통 탱 팅’ 이런 튕김이 느껴졌다. 양념은 또 어떤가. 불맛 나는 매운 양념은 정말 예술이다. 맛있으면서 매운맛. 젓가락질을 절대 멈출 수 없는 그런 매운맛이었다.
양념에 혀가 얼얼해질 때쯤 계란찜을 시키면 매운 맛을 달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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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홀려 한참 먹다보면 양념의 매운 맛이 슬슬 혀를 자극해온다. 이때쯤 사람들은 계란찜을 주문한다. 폭탄이라도 맞은 듯 그릇 밖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계란찜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비로소 입안이 살짝 부드럽게 달래진다. 매운 주꾸미 한 쌈에 부드러운 계란찜 한 숟가락. 온몸이 행복해지는 맛이다.
시원한 열무국수도 양념 주꾸미와 궁합이 잘 맞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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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이
모델. 2005년 이화여대 재학시절 슈퍼모델에 입상해 세계 4대 패션위크에서 활약. 결혼 후에는 ‘유부녀 모델’로 주가를 높이며 예능 방송인으로도 활약중이다.
▶황재벌 쭈꾸미
주소 서초구 서초동 1360-47(남부순환로347길 42-4 신화빌딩)
전화 02-3471-5454
영업시간 평일 오후 4시~새벽 2시, 주말 오후 4시~오후 12시. 연중무휴
주차 불가능
메뉴 양념 주꾸미 1만8000원, 꼼장어 1만7000원, 닭발 1만7000원, 열무국수·열무냉면 5000원, 주먹밥 2000원, 계란찜 4000원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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