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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식객의 맛집] 양념구이 주꾸미와 알 주먹밥, 깻잎에 싸먹으니 '통통' 폭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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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주꾸미의 참맛을 알게 해준 집

4년 전 처음 양재역 주변에 있는 ‘황재벌 쭈꾸미’에 갔을 때도 겨울과 봄의 경계인 이때쯤이었다. 탱글탱글한 주꾸미를 먹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우리 동네 주변 주꾸미 집을 몇 군데 찾아내서 가봤는데 영 감동을 주는 집이 없었다. 사실 내가 주꾸미라는 식재료에 별로 조예가 깊지 않다. 그래서 그 맛에 감동을 받지 못했더라도 그건 식당 탓이 아니라고 매번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원래 주꾸미로 하는 음식들은 이정도 맛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오전 집 근처 골목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주황색 간판에 ‘꼼장어 쭈꾸미’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글자를 봤다. 분명히 오며가며 봤던 간판일 텐데 ‘이런 게 여기 있었나’ 싶었다. 아마도 내가 원래 꼼장어를 즐겨먹지 않아서 간판에 먼저 쓰인 ‘꼼장어’라는 단어를 눈여겨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즈음에는 주꾸미에 꽂혀서 매주 주꾸미 식당을 찾아다니며 먹던 때라 간판 뒤에 쓰인 ‘쭈꾸미’라는 단어를 보고 반가워서 남편에게 ‘오늘 저녁에 당장 이 집에 가보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름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하면서 저녁이 될 때까지 ‘황재벌 꼼장어 쭈꾸미’를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미 유명한 집이었다. 그냥 동네의 조그만 식당쯤이라고 생각했는데 대기 번호표가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설렜다. 줄이 길어지기 전에 빨리 가야하는데, 초조해지기까지 했다. 7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황재벌 쭈꾸미’ 집에 도착했다. 역시나, 남은 테이블은 딱 1개. 휴~, 아슬아슬했다.

중앙일보

양념 주꾸미를 중심으로 알 주먹밥을 석쇠에 올려 함께 구워먹는 게 이 집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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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목표는 오로지 주꾸미였으므로 양념 주꾸미를 주문했다. 점원이 숯불에 초벌구이를 한 주꾸미를 내왔다. 양념구이 음식은 원래 양념 때문에 잘 타서 굽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미리 주방에서 초벌구이를 해서 내주니 정말 편했다. 각자 테이블에서는 식지 않게 데워서 먹는 정도로 약한 불에 올려뒀다가 먹으면 된다. 그리고 수많은 블로그에 올린 후기를 보니 다들 ‘알 주먹밥’을 먹었기에 그것도 하나 주문했다. 이건 어떤 맛일까? 양푼그릇에 담아주는 고슬고슬한 밥을 비닐장갑 끼고 동글동글 먹기 좋게 뭉쳐서 석쇠 위 주꾸미를 둘러싸고 빙 둘러서 놓으면 이 집의 시그니처 인증샷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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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주꾸미와 알 주먹밥을 함께 먹으면 입 안에서 폭죽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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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데 실제로 먹어보니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깻잎 한 장 깔고 탱글탱글한 주꾸미 하나 올리고 주먹밥 반 개정도 넣고 쌈을 싸서 먹으니 입 안에서 폭죽이 터졌다. 아, 지금까지 먹었던 주꾸미는 주꾸미가 아니었구나! 나는 오늘 태어나서 주꾸미를 처음 먹는구나! 한 입 가득 씹었을 때 내 입 안에서 주꾸미가 잘려지면서 튕겨나가는 느낌이란! 씹을 때마다 ‘통 탱 팅’ 이런 튕김이 느껴졌다. 양념은 또 어떤가. 불맛 나는 매운 양념은 정말 예술이다. 맛있으면서 매운맛. 젓가락질을 절대 멈출 수 없는 그런 매운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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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에 혀가 얼얼해질 때쯤 계란찜을 시키면 매운 맛을 달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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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홀려 한참 먹다보면 양념의 매운 맛이 슬슬 혀를 자극해온다. 이때쯤 사람들은 계란찜을 주문한다. 폭탄이라도 맞은 듯 그릇 밖으로 한껏 부풀어 오른 계란찜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비로소 입안이 살짝 부드럽게 달래진다. 매운 주꾸미 한 쌈에 부드러운 계란찜 한 숟가락. 온몸이 행복해지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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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열무국수도 양념 주꾸미와 궁합이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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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출산하고 외식하기 쉽지 않을 때 ‘황재벌 쭈꾸미’가 너무 그리워서 음식배달서비스를 이용해 주꾸미와 알 주먹밥을 배달시켜 먹은 적도 있다. 은박지에 대충 포장되어 오는데도 어찌나 맛있던지. 그래도 역시 직접 그 집에 가서 먹는 맛은 못 따라간다.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에서 숯불냄새, 매운 양념냄새 맡아가며 콩나물 국 무한리필 해서 푸짐한 한 끼를 먹고 싶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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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이

모델. 2005년 이화여대 재학시절 슈퍼모델에 입상해 세계 4대 패션위크에서 활약. 결혼 후에는 ‘유부녀 모델’로 주가를 높이며 예능 방송인으로도 활약중이다.

▶황재벌 쭈꾸미

주소 서초구 서초동 1360-47(남부순환로347길 42-4 신화빌딩)

전화 02-3471-5454

영업시간 평일 오후 4시~새벽 2시, 주말 오후 4시~오후 12시. 연중무휴

주차 불가능

메뉴 양념 주꾸미 1만8000원, 꼼장어 1만7000원, 닭발 1만7000원, 열무국수·열무냉면 5000원, 주먹밥 2000원, 계란찜 4000원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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