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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생생경제] 500원 올릴까? 계란 뺄까? 노량진 컵밥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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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소리] 500원 올릴까? 계란 뺄까? 노량진 컵밥거리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우성 PD
■ 대담 : 이혜선 리포터

◇ 김우성 PD(이하 김우성)> 앞서 저희가 조금 어렵게 설명했습니다, ASMR이라고 했는데요. 일상의 소리, 마음에 위안을 주는, 위로를 주는 일상 소리를 관련 인터뷰, 사실 낯선 개념이라서 인터뷰가 시원하고 명료하진 않았는데요. 경제 분야의 ASMR이라면 이혜선 리포터가 만들어내는 [경제의소리]가 아닐까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혜선 리포터(이하 이혜선)> 네, 안녕하세요. 영광입니다.

◇ 김우성> 오늘은 어떤 소리인가요?

◆ 이혜선> 3월 18일 토요일 2017 경찰 공무원 시험 1차 필기시험이 진행됩니다. 올해 경찰 공무원은 1차에서 1,491명, 2차에서 1,437명, 총 2,928명이 선발될 예정인데요. 지난해보다 628명이 감소한 수치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더욱 치열한 분위기가 예상되는데요. 경찰 공무원 시험 하루 앞두고 노량진에 다녀왔습니다.

◇ 김우성> 마음이 얼마나 두근거릴까요. 분위기도 심상치 않을 것 같습니다.

◆ 이혜선> 얘기를 하면서 말을 더듬을 정도로 조심스러운데요. 날씨는 따뜻합니다만 이제 학원가나 스터디룸과 같은 곳은 폭풍전야의 느낌도 들더라고요.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의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익숙하실 것 같은데요. 소리로 같이 잠시 만나보시죠.

“저희는 거의 다 완판이에요, 공부하는 학생들이기에 다 삼겹 아니면 마요 들어가는 것 좋아하는 애들이 있는 반면 이건 느끼하다고 안 먹는 애들.”

◇ 김우성> 학생들 밥 챙겨주시는 어머니의 목소리 느낌도 나는데요.

◆ 이혜선> 메뉴가 그 유명한 컵밥입니다. 컵밥 집에 가서 녹음을 해왔는데요. 마지막에 찌개 끓는 것처럼 보글거리는 소리, 이게 소시지가 끓는 소리였어요. 제가 점심시간에 노량진을 찾아갔는데요. 확실히 인기 메뉴인 것이긴 한 게, 수험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더라고요. 컵밥을 먹으려고요. 보통 3천 원에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시지나 참치, 고기와 같은 재료들을 어떻게 올리는지에 따라 500원 정도 가격이 위아래로 오가는데요. 공부하느라 바쁜 시간에 잠깐 짬을 내어 15분, 20분 만에 식사를 하러 내려온 것이기에 다들 이것을 앉아서 먹지 못하고 서서 먹고 있더라고요.

◇ 김우성> 컵은 보통 마신다는 동사가 붙어야 하는 것 같아요. 마실 만큼 바쁘고 절박한 마음인데요. 시험 기간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가요?

◆ 이혜선> 맞습니다. 시기가 오히려 장사하시는 분들에게는 비수기라고 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이 하루에 두 끼 먹을 것을 한 끼로 줄이기도 하고요. 시험이 끝나면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잠깐 머리를 식히러 다른 지역으로 훌쩍 떠나기도 하기에 이 시기에 비교적 손님은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10년째 컵밥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하연주 씨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번 주 토요일이 경찰 1차 시험이에요. 그러다 보니 2월에 비해서는 손님이 조금 줄은 편이죠. 솔직히 안 괜찮아요. 계란 값, 고깃값, 김값, 식용유, 다 오른 것이 타격입니다. 계란 값이 올랐을 때 학생들에게 물어봤어요. 계란을 뺄까, 아니면 500원을 올릴까? 뭐라고 대답했을 것 같아요? 계란 빼세요. 여기는 곱빼기 먹을까 말까, 500원, 1,000원에 민감해요. 안타깝죠. 그래서 여기의 경우 삼겹살 안 넣어 줘도 돼요. 조금씩 한가할 때는 넣어주고요. 제가 아직은 가격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조금 덜 벌더라도 어차피 고통 부담은 같이 가야 하거든요.”

◇ 김우성> 노량진 컵밥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고통 분담을 실천하고 계시는군요. 500원 올릴까, 계란 뺄까. 그 얘기가 참 마음이 아픈데요.

◆ 이혜선> 3천 원 가격에 컵밥 주는 것이 성인 남성분들 손바닥 크기보다 훨씬 더 큰 그릇에 밥을 많이 담아줘요. 컵이 조금 넘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넉넉하게 담아주시는 편인데요. 돈을 많이 벌겠다고 500원 더 올려서 공부하는 학생들 돈을 뺏을 수 없지 않느냐고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요. 워낙 다들 노량진에서 오래 장사를 하기도 했고요. 단골이 된 학생들은 취업이 되고 난 다음에도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좀 더 끈끈한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 김우성> 수십만 명이 사실 가장 착한 고용주가 국가라서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데요. 어려운 분들도 많지만, 회사 생활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데. 정말 어렵잖아요. 정말 바늘구멍이잖아요.

◆ 이혜선> 맞습니다. 해마다 채용 예정 인원이 줄어들었다는 소식도 굉장히 많이 들리고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공채가 언제 열릴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슬슬 들려온다고 해요. 그래서 노량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컵밥 거리 양용 대표의 이야기도 들어보시죠.

“동생 같은 친구들인데 다 잘 될 수는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고 겹칩니다. 실업자가 137만 명이라고 들었어요. 드러난 수치이고 드러나지 않은 수치는 더 많다고 들었는데, 공무원 숫자를 많이 늘렸다고 하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더 줄어든 곳도 있고. 드시러 오시는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죠. 본인들이 벌어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부모님들에게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하는 입장이기에 어려운 분들은 물어보기도 합니다. 얼마면 장사할 수 있느냐, 그런 것들. 장사하는 분들 부러워하는 눈초리를 많이 보이니까. 그분들 눈초리를 보면 약간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는 거죠.”

◇ 김우성> 들으면서 노량진 장사하시는 분들의 클라스. 고통 분담 이야기를 하시더니 이번에는 실업자 수치를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 이혜선> 장사를 하다보면 학생들 분위기만 봐도 취업이 어렵구나, 잘 되고 있구나, 그런 것들이 그때마다 감지가 된다고 해요. 시험이 끝나면 합격하는 학생들은 놀러오고, 이 시기에 얼굴을 안 보이는 학생들, 그런 것을 보면서도 분위기를 감지하신다고 하는데요. 통계청 지난 15일에 2월 고용동향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실업률이 5%입니다.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고요. 청년 실업률은 12.3%입니다. 반면 자영업자는 7개월째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 김우성> 수험생들 목소리도 듣고 싶은데요.

“고시원에 있으면서 학원에서 계속 공부하다가 또 고시원 가고, 계속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빨리 끝내고 싶어요.”, “쉬는 시간에 잡담도 하고 그러는데 이제는 다들 앉아서 책만 보고, 그래서요. 저도 같이 책을 보고 해요.”,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안 되는 것 같아서 더 떨려요, 3월이라서.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서요.”. “집에서 혼자 공부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좋긴 한데 막상 시험 자체가 경찰의 경우 법 과목, 판례를 저 혼자서 공부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인강을 듣거나 학원을 와야 하는 게, 학원이든 인강이든 다 돈이니까, 책값도 많이 나가고.”, “식비도 식비인데 방값이랑 학원비가 정말 비싸요. 방값이 30에서 많게는 50내시는 분도 계시고, 학원비는 40정도. 전보다 더 비싸져서 부담이 됩니다.”

◇ 김우성> 목소리만 들어도 분위기가 와 닿네요.

◆ 이혜선> 수험생들이 공부만 하는데도 한 달에 100만 원 이상 고정 지출을 사용합니다. 취업 준비만큼은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러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 김우성> 아마 받은 만큼 베풀 겁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이혜선> 감사합니다.

◇ 김우성> 지금까지 이혜선 리포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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