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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중국 없는 한국 경제 가능한가 사드 주도권 확보…對中 외교 정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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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제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중국과의 관계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1992년 정식 수교 이후 한·중 양국은 소소한 마찰과 갈등을 극복해가며 발전해왔지만, 이번엔 그 어느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 정부는 탄핵 정국에 휘말려 손을 놔버렸고,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연이은 보복 조치에 얻어맞기 급급하다. 여기에 “우리도 중국 제품 쓰지 말고 중국 가지 말자”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국민들까지 더해져 관계 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메이지 시대 일본이 ‘탈아입구’를 외치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듯, 이참에 우리나라도 ‘탈중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없는 한국 경제는 과연 가능할까.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는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드 보복 사태의 파장은 어느 정도일지,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지 해법을 모색해봤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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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의 중국 의존도 심각

▷현실적으로 대체 시장 찾기 어려워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절반이 넘고, 이들은 국내 면세점 매출의 72%를 차지한다. 중국 관광객의 소비는 GDP의 0.5%에 달하고, 대 중국 수출과 수입 비중은 각각 25%, 21%나 된다. 중국 펀드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선이다. 반면 중국의 대 한국 의존도는 FDI(외국인직접투자)는 5%, 관광객은 7%밖에 안 된다. 수출은 4%선에 그치고 있고 수입도 10% 정도다. 펀드 규모는 2% 수준에 불과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한국의 대 중국 의존도와 중국의 대 한국 의존도를 보면 중국의 태도 변화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극단적으로 말해 중국은 한국인이 관광 안 가도 큰 상관없고, 한국에 수출 안 되도 치명적이지 않다. 중국이 한국을 제재하면 중국도 손해기 때문에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의 입장에서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한국의 대 중국 수출 품목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하곤 중국이 한국 외에도 수입할 곳이 널려 있다. 단지 거리가 가깝다는 이점 외에는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대 출신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금융시장에서는 중국계 자본 유입(채권 2위권, 주식 성장률 3위권)과 간접적으로 중국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30~4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 중국 수출이 홍콩을 포함해 전체 30% 비중에 육박하고, 내수에서는 유커와 체류 중국인이 창조하는 서비스 관련 매출과 비중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정량화시킬 수 있는 영역에서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높아 충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10년간 직간접적으로 높아진 중국 수출 의존도를 빠르게 낮출 경우 사회적 비용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남아 등 대체 시장을 개척하면 어떨까.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말은 사실 옛날부터 나왔었다. 그런데 기업이 바보가 아닌데 왜 못 하고 있겠나.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그런 것이다. 의존도를 낮춘다고 해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린다. 단기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시장 규모나 성숙도, 위치 등 여러 요소를 따져봤을 때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사드 제재 시작에 불과

▷안보 문제와 얽혀 있어 해결 어려워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본과의 조어도 영유권 분쟁, 베트남 시사군도 분쟁,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EEZ) 갈등, 대만 차이잉원 정권 길들이기 등에도 경제 관련 제재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제재를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단계적으로 ‘가마솥에 개구리 삶기’ 전략을 꾸준히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승찬 교수는 “지금 중국 사람 반 정도는 한국 제품 불매하는 게 애국이라고 생각하는 강경파, 반 정도는 온건파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온건파가 강경파로 변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최근 중국 내 SNS에서 가짜 뉴스가 돌고 있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 사람들은 기개, 배짱이 없어서 지금은 롯데 불매운동을 하지만 가격을 낮추면 다시 돌아올 거라고 인터뷰하는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가짜 뉴스가 돌고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계속되다 보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드 사태는 중국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안보 문제와 얽혀 있다는 점이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근본적으로 악화된 양국 여론과 정부 관계는 차기 한국 지도부 입장에서도 즉각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 자체를 완전히 철회하거나 즉각적인 친중 노선을 타기엔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는 점에서 최소 6개월에서 1년가량 불편한 시기가 계속될 수 있다. 한국, 중국, 미국 사이에서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드 보복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드 배치를 결정했을 때, 사드 부지가 정해졌을 때 갈등이 심해졌고, 실제로 사드가 배치될 때 또 한 번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땐 중국이 지금보다 더 심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국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안보 때문에 시작된 문제인데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고 안보를 포기할 수가 없다. 이번 사태가 쉽게 유야무야되진 않을 것이라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이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대기업 총수들이 중국 가서 일자리 만들겠다고 약속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하면 분위기가 다소 나아질 텐데 지금 출국금지된 대기업 총수가 많아서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롯데 때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다른 기업도 타깃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화장품이나 문화 산업 등 한국 존재감이 컸던 분야에서 자국 기업을 키우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전문가 중용해 피해 최소화

▷혐중 감정 확산 경계해야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건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김경환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문가들을 중용해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 정부 혹은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 자체를 철회하기 어렵다면, 늦었더라도 중국이 차선으로 원하는 입장을 듣기 위한 외교라인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박승찬 교수는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와 관련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사드 부지와 기반시설을 한국이 제공하고 운영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돼 있는데 운영 비용까지 우리가 내고 운영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주도권이 우리한테 있어야 중국이랑 직접 협상할 수 있다. 한국에는 북한이 굉장히 큰 위협이기 때문에 사드 배치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적극 알려야 한다”고 보탰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제품을 못 사게 해도 품질이 좋으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구매하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승찬 교수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당분간 중국 정부에 책잡힐 일이 없도록 정도경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진 법을 100% 안 지켜도 관례상 넘어가는 게 많았지만 당분간은 철저하게 단속을 할 가능성이 높다. 세무, 노무, 소방 등 기업운영의 모든 부분을 FM대로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 사이에 혐중 감정이 퍼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보복 성격의 반중 감정 고조는 사태를 악화시키는 치킨게임일 뿐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특성이나 독당체제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냉정한 태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 정부의 과도한 제재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연계된 영역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 김경환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9호 (2017.03.15~03.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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