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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중-미 거센 협공에 한국경제 ‘샌드위치’…유 부총리, 취약한 반격 카드에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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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바덴바덴(독일) 이해준 기자]한국이 중국과 미국 등 G2의 협공으로 ‘샌드위치’가 된 가운데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계기로 반격에 나섰다.

유 부총리는 17~18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G20 회의 기간 미ㆍ중과 개별 양자회담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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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에서 모리츠 크래머 S&P 글로벌 총괄을 만나 한국경제 현황과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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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G20 회의는 자국중심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향후 국제 무역질서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취임한 미국의 스티븐 므누친 재무장관과 지난해 11월 취임한 샤오제(肖捷) 재정부장(재무장관)이 모두 G20 회의에 처음 참석해 한국으로선 통상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하는 상황 반전을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개별 양자회담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할 정도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반대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도 한국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기려 할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17일 무누친 미 재무장관과 만나 전통적인 한미동맹과 정책공조를 바탕으로 현안을 풀어갈 것을 제의할 계획이다. 다음달 발표될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와 관련, 환율은 시장자율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되 급변동시 예외적으로 완화한다는 우리 정부의 정책 원칙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도 이러한 원칙을 지키면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재협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5주년을 맞은 FTA의 호혜적 성과를 설명하고, 미국이 우려하는 무역불균형 해소방안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셰일가스와 액화석유가스(LPG) 등 에너지 수입확대와 한국기업의 미국내 인프라 투자확대 등을 추진하고, 미 신정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분야로 양국의 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러한 접근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법률과 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시장의 접근이 여전히 제한돼 있는데 강한 불만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미국측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동시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무관세화 조기 실현 등 한국으로선 껄끄러운 분야에 대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한중 관계의 경우 중국의 사드보복 등 현안이 제대로 논의될지 매우 불투명하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이 사드배치를 결정한 이후 한류제한에서 롯데 영업정지, 한국 관광 금지 등 보복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유 부총리는 양자회담 성사시 정치와 경제의 분리,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보호, 경제ㆍ민간교류 확대 등을 촉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결국 미ㆍ중 양국이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패권적 행태를 보이는데다, 조기대선과 ‘시한부 내각’이라는 국내상황까지 겹쳐 유 부총리가 강한 협상력을 발휘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한국이 G2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도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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