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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소설에 '난징대학살' 언급했다고... 일 우익들 "매국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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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8)가 일본 우익들의 집단 공격을 받고 있다. 그가 4년 만에 낸 신작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團長殺し)’에서 일본 우익들이 부정하고 있는 난징(南京) 대학살의 희생자수를 중국 측 주장에 가깝게 언급했기 때문이다.

하루키는 지난달 24일 출간된 소설에서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난징대학살에 대해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고 표현했다.

한 등장인물은 주인공 ‘나’에게 “일본군이 전투 끝에 난징 시내를 점거해 여기에서 대량의 살인이 일어났다. 전투와 관련된 살인도 있었지만, 전투가 끝난 뒤의 살인도 있었다”며 “일본군은 포로를 관리할 여유가 없어서 항복한 병사와 시민 대부분을 살해하고 말았다”고 말한다. 이어 “역사학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시민이 전투에서 죽었다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사실”이라며 “중국인 사망자가 40만명이라고도 하고 10만명이라고도 하는데 그 차이가 큰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다.

난징 대학살은 일본이 1937년 중국 난징을 점령했을 때 벌어진 학살 사건으로, 중국은 30여만여명의 중국인이 살해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은 학살 사실은 인정하나 피해자 수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소설 내용이 알려지나 일본 내 우익 세력들은 하루키를 “매국노”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인터넷상에는 “40만명이라니 중국 주장보다 더 많다”, “근거를 대라”, “그렇게까지 노벨상을 타고 싶나”, “중국을 좋아하는 작가가 쓴 자학사관이다”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NHK경영위원이자 우익 소설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는 트위터에 “이걸로 또 하루키의 책이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겠구만. 중국은 일본이 자랑하는 대작가도 ‘남경대학살’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하루키에게 노벨상을 주자고 응원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위안부와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자신의 책을 호텔 객실에 비치해 논란이 된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 아파호텔 최고경영자도 지난달 말 한 강연에서 “노벨상을 타려면 중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在特會)의 전직 회장으로 최근 혐한 정당을 만든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도 “정말 일본인인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매체인 산케이신문도 7일 “하루키의 소설이 생각지 못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일본에서는 최근 연구를 통해 중국이 주장하는 ‘30만 희생’이 과장됐다는 의견이 정착해 있고, ‘사건’이라고 부를 정도의 일은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하루키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일본이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지난 2015년 교도통신 인터뷰에서는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지난달 24일 1·2권이 동시 출간된 이후 첫 사흘간 47만8000부가 팔려나가는 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초판만 130만부를 찍었다. 아내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초상화 화가가 불가사의한 일에 휩쓸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내용을 담았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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