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기소자 30명 중 13명이 위증
“엘리트들의 거짓말, 반드시 처벌을”
“맞습니다.”(서창석 서울대병원장)
“그런 적 없습니다.”(이임순 교수)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한 이 한마디 발언 때문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대상자 30인에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의사 김영재(57·불구속 기소)씨에게 서울대병원이 특혜를 제공한 경위에 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대답이었다. 특검팀은 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은 이 교수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 혐의로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최순실의 부탁을 받아 박채윤 등을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한 사실이 있음에도 없다고 위증했다”고 적었다.
최경희 |
법정 위증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지만 국회에서 한 위증은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특검팀은 각종 혐의로 기소한 30명 중 13명에게 위증죄를 적용했다. 이 교수 등 12명은 국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고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은 지난 1월 1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을 데리고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없다”고 잡아뗀 것 때문이었다. 특검팀 수사에서 이 경호관은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 등의 문자를 발송하고 최씨에게 대외비 문건을 전달하는 등 청와대와 최씨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문회에서 “최씨를 정유라 학생의 어머니로 두 번 만난 게 전부”라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2014년 9월부터 최씨와 수차례 만나고 수십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못 본 것(블랙리스트)을 봤다고 할 수 없지 않으냐”(지난해 12월 15일 4차 청문회)고 반문하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집행을 총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합병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지난해 11월 30일 1차 기관보고)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모두 위증죄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위증죄는 ‘사실과 다른 진술’이 아니라 ‘증인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헷갈려서 자신의 기억에 반한다는 인식 없이 증언했거나 질문의 취지를 오해해 한 엉뚱한 답변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판례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거짓말을 했다는 게 정황상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유죄 입증이 어려운 범죄”라고 설명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사회 엘리트들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적극적 기소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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