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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최순실 딱 두 번 봐” “소개 안 해줘” … 법정 가는 13명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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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기소자 30명 중 13명이 위증

“엘리트들의 거짓말, 반드시 처벌을”

“김영재·박채윤 부부를 이임순 교수의 소개로 알았다고 인터뷰했죠? 맞습니까?”(장제원 의원)

“맞습니다.”(서창석 서울대병원장)

“그런 적 없습니다.”(이임순 교수)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한 이 한마디 발언 때문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대상자 30인에 포함됐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의사 김영재(57·불구속 기소)씨에게 서울대병원이 특혜를 제공한 경위에 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대답이었다. 특검팀은 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은 이 교수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상 위증 혐의로 지난달 28일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공소장에 “최순실의 부탁을 받아 박채윤 등을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소개한 사실이 있음에도 없다고 위증했다”고 적었다.

중앙일보

최경희




법정 위증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치지만 국회에서 한 위증은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특검팀은 각종 혐의로 기소한 30명 중 13명에게 위증죄를 적용했다. 이 교수 등 12명은 국회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됐고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은 지난 1월 12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을 데리고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없다”고 잡아뗀 것 때문이었다. 특검팀 수사에서 이 경호관은 정호성 부속비서관에게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 등의 문자를 발송하고 최씨에게 대외비 문건을 전달하는 등 청와대와 최씨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청문회에서 “최씨를 정유라 학생의 어머니로 두 번 만난 게 전부”라던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2014년 9월부터 최씨와 수차례 만나고 수십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못 본 것(블랙리스트)을 봤다고 할 수 없지 않으냐”(지난해 12월 15일 4차 청문회)고 반문하던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블랙리스트의 집행을 총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 합병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지난해 11월 30일 1차 기관보고)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거짓말이 드러났다고 모두 위증죄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위증죄는 ‘사실과 다른 진술’이 아니라 ‘증인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헷갈려서 자신의 기억에 반한다는 인식 없이 증언했거나 질문의 취지를 오해해 한 엉뚱한 답변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게 판례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거짓말을 했다는 게 정황상 명백한 경우가 아니면 유죄 입증이 어려운 범죄”라고 설명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사회 엘리트들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적극적 기소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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