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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촛불 안 간 안희정 “이승만·박정희도 자랑스러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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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행사 뒤 AI 방역 현장 찾아

측근 “탄핵 결정 뒤엔 통합이 화두”

민주당 바깥 지지층 겨냥한 발언

“3년 임기 개헌안, 수용할 수 있어”

김종인 등 비문에게도 손 내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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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가 1일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 속에는 김구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있다.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날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98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지난 100년의 역사를 국민의 관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통합이고, 앞으로 100년을 설계하는 것이 시대 교체”라며 백범 김구와 전임 대통령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까지 ‘선한 의지’라고 했다가 지지층의 강한 반발을 샀던 안 지사가 다시 민주당 바깥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은 셈이다.

중앙일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제18차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오른쪽은 추미애 대표(왼쪽 사진). 안희정 충남지사(오른쪽)는 이날 오후 충남 홍성군 은하면 조류인플루엔자(AI) 통제 초소를 찾아 방역조치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 전민규 기자],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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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달 28일에는 “국회가 합의해 오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개헌 세력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안 지사의 잇따른 발언은 일단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될 것으로 보고 이후 정국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한다. 탄핵 결정 이전에는 ‘적폐 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탄핵이 결정될 경우 권력 공백 시기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참모들은 판단하고 있다.

안 지사의 권오중 정무특보는 “탄핵이 인용된다 하더라도 국민 정서는 기쁨 반 두려움 반일 것”이라며 “탄핵 후 나타날 국론 분열과 갈등을 끌어안기 위해선 좌우 진영 논리를 뛰어넘고 국민 통합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선한 의지’ 발언 이후 정체 또는 하락 조짐을 보이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 노선을 고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안희정 측 서갑원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도 통합을 위해 당의 절반을 내주면서 정권을 잡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캠프에서는 논란이 일더라도 안 지사의 소신인 통합과 협치를 일관되게 강조해야 한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장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이 선호하는 입장으로 바꾼다고 해서 안 지사의 지지율에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계가(바둑에서 승패를 가리기 위해 집을 세는 것)하는 식으로 유불리를 따져서 입장을 바꾸면 정치적 계산이나 실험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지사가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안도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비문’ 의원들을 향해 손을 내민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내 개헌모임 의원은 김 전 대표를 포함해 30여 명이다. 캠프 관계자는 “안 지사의 평소 소신을 말한 것”이라면서도 “개헌모임 의원들이 안 지사의 발언에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은 맞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당초 1일 오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가 충남 지역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회의와 현장 방문을 이유로 취소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세력 간 격렬한 갈등의 현장을 피해 있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글=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채윤경.전민규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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