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두 달
편의점 거꾸로 진열 꼼수 거의 없고
금연 상담전화도 통화량 크게 늘어
“시간 지나면 경고그림에 무뎌져
금연 반짝효과 피할 추가 정책을”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금연지원센터에 담뱃갑이 쌓여 있는 모습. 센터에 상담받으러 온 흡연자들이 금연을 다짐하며 버리고 간 제품들이다. 김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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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금연지원센터를 찾은 최기혁(24)씨가 호주머니에서 빈 담뱃갑을 꺼내며 말했다. 그가 보여 준 담뱃갑에는 폐암 수술장면을 담은 경고그림이 선명했다. 하루 평균 15개비씩 피운다는 최씨는 30분간 금연상담을 받은 뒤 니코틴 패치 등 금연보조제를 들고 센터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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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폐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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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 경고그림(피부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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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폐해를 알리는 경고그림의 담뱃갑 부착이 의무화(지난해 12월 23일부터)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담뱃갑 앞·뒷면에 표기해야 하는 그림은 폐암·후두암 등 10가지다. 기존 담배 재고가 소진되면서 최근 편의점과 수퍼마켓 등에선 경고그림이 붙은 담배가 그 자리를 속속 대신하고 있다.
본지가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역·시청·종로 일대 편의점 40곳을 확인한 결과 진열된 담배의 60~70%에 경고그림이 부착돼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 직원 김모(28)씨는 “인기 없는 담배 제품을 빼고는 거의 다 그림이 부착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담뱃갑 경고그림을 가리기 위해 제품을 거꾸로 진열한 서울 시내 한 편의점. 하지만 대부분의 편의점은 이러한 '꼼수' 없이 정상적으로 담뱃갑을 진열한 것으로 확인됐다. 추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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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대로 경고그림을 교묘히 가리는 ‘꼼수’도 거의 없었다. 담뱃갑 상단의 경고그림을 일부러 가격표가 있는 진열대 아래로 뒤집어 놓은 매장은 40곳 중 2곳(5%)에 불과했다. 또 꼼수를 쓰더라도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한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주인은 “내가 그림이 보기 싫어 담뱃갑을 뒤집어 진열했는데 담배 매출이 늘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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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보건소의 조윤희 주무관은 “요즘엔 ‘이런 그림을 보면서까지 담배를 피워야 하나’라고 말하는 금연상담자가 많다”고 전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국 보건소의 금연클리닉 등록인원은 지난해 말 2만6320명이었지만 올 1월엔 5만1450명으로 두 배가 됐다.
전문가들은 경고그림이 ‘반짝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추가적인 금연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일부 흡연자는 벌써 경고그림을 가리려고 별도의 담뱃갑 케이스를 사용하거나 스티커로 그림을 가리는 ‘자구책’을 쓰고 있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의 사례를 봐도 시간이 지나면 경고그림에 무뎌지게 될 수밖에 없다”며 “흡연율을 더 낮추려면 어떤 그림이 효과가 큰지 면밀히 분석하고 소매점 담배 광고 금지, 가향 담배 규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도 “소매점이 진열대로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경고그림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을 고려해 금연 인식을 높이는 내용의 TV 캠페인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글=추인영·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김춘식.정종훈.추인영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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