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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모바일시대 심층 정보 없으면 종이신문 볼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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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지역 독자위원장 충고와 제언

“팩트·주장 분리하는 방침 긍정적”

“오피니언면 일반 독자 목소리 부족”

“리셋코리아 좋은데 너무 학구적”

“JTBC 콘텐트도 공유하면 어떨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간담회


중앙일보

중앙일보 6개 지역 독자위원장들이 지난달 24일 본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교태(대구), 이수범(인천), 차재영(대전), 양승목(서울), 문종대(부산, 임영호 위원장 대신 참석), 김균수(광주) 위원장. [사진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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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올해 활동을 시작한 시점에 맞춰 전국 6개 지역 독자위원장들이 지난달 24일 중앙일보 본사를 직접 방문했다. 독자위원장들은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김교준 발행인, 오병상 편집인을 만났다.

이어 10층 대회의실에서 박재현 편집국장대리 겸 아이24담당, 최훈 논설실장, 김환영 심의실장과 별도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중앙일보 간부들은 보도와 오피니언, 디지털 콘텐트 제작 방침을 설명했다. 독자위원들은 다양한 쓴소리를 쏟아냈고 애정 어린 조언도 제시했다. 양승목(서울)·문종대(부산, 임영호 위원장을 대신해 참석)·이수범(인천)·구교태(대구)·차재영(대전)·김균수(광주) 위원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제작간부 간담회 발언의 주요 내용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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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논설실장(왼쪽 둘째)과 박재현 편집국장 대리(왼쪽 셋째)가 독자위원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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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올해 남윤호 편집국장 체제에서 ‘디지털 시프트’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현재 제작 방침에 따르면 낮에는 온라인과 앱을 최대한 이용해 단순한 발생 기사는 디지털 기사로 처리한다. 저녁에 만드는 신문은 스트레이트 뉴스를 바탕으로 심층적인 뉴스분석이라든지 이슈추적 등으로 가공한다.

▶최훈=중앙일보의 스탠스는 합리적인 열린 보수다. 진보 의견도 많이 수용한다. 중앙일보는 팩트와 주장을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팩트와 주장을 교묘히 섞어 쓰면 사실이 왜곡된다. 팩트는 팩트대로 다루고 해설성 박스 기사는 뉴스분석이란 타이틀을 달아 의견성 해설로 쓴다. 독자들은 “너무 팩트 중심이라 심심하다” “중앙일보 컬러가 약하다” “(신문이) 결론을 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가급적이면 조미료를 덜 쓰자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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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영=팩트와 주장을 분리하는 편집 방침, 열린 보수라는 정치적 색깔 등 중앙일보가 지향하는 바가 건강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 결론을 내려 달라는 독자 요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독자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 꼭 바람직한가. 남북관계 관련 칼럼을 보면 때로는 중앙일보가 보수 매체라기보다 진보라고 해야 할 칼럼도 실린다. 남북관계 1면 톱 스트레이트 기사를 다룰 때 취재원이 익명인 데다 단 한 명만 있으면 신뢰도와 이미지가 나빠진다.

▶이수범=중앙일보는 보기 편한 신문이다. 최근 ‘리셋 코리아’ 기획기사는 정말 잘 된 기획이다. ‘시민 마이크’도 재미있게 봤다. 중앙일보의 제일 큰 약점 중 하나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는 면이 부족하다는 거다. 오피니언면의 논조를 좋아하지만 거의 대부분 전문가 위주로 만든다. 보수지라는 개인적 편견이 있었는데 잘 보면 보수지도 아니다. 그렇다고 진보지도 아니다. 애매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시대 변화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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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목=‘시민 마이크’ 보도를 잘 봤다. 특히 경기도 여주를 비롯해 지방 중소도시에 출산 병원이 없어 산모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보도가 아주 좋았다. 리셋 코리아 보도 취지에 100% 공감했다. 아이디어도 좋고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나오면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만 보도 방식을 좀 바꾸면 좋겠다. 내용이 너무 학구적이어서 일반 독자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고 기사 맛깔이 조금 떨어진다. 제목은 짧고 임팩트 있게 달자.

▶김균수=중앙일보가 지향하는 것이 열린 보수, 중도인데 사람들은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 있다. 거기에서 빠져나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신방과 신입생들의 학과 지원동기를 보면 지난해까지는 ‘무한도전’ 김태호 PD처럼 되겠다는 학생이 많았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올해는 기자 지망생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가 한겨레와 공동으로 하는 ‘사설 속으로’ 필진을 교수·교사에서 탈피해 학생들도 참여시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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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태=신문을 보면 5면까지 거의 대부분 부동산 광고여서 격이 떨어져 보인다. JTBC와 공동취재한 경우 JTBC 쪽 콘텐트도 같이 공유해 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지 않을까. 오피니언 페이지에 독자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너무 적다. 정제되지 않아 다소 거칠더라도 날것 그대로 생생한 독자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아야 한다. 여론면에 독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문종대=중앙일보의 중도란 무엇인가. 중앙일보의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의인지, 자유인지, 평등인지. 이런 기준을 잘 지키는 것이 중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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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목=중도가 중립성을 말하는 건 아니고 합리성이라는 개념이 중도의 핵심이다. 비논리적인 여론에 치우쳐 한쪽 길을 따르기보다는 합리적으로 따져 바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가 그런 스탠스를 취하는 것은 좋다.

▶박재현=‘양승태 대법원장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후임을 임명한다’는 중앙일보 1면 특종 보도의 경우 팩트에 조미료를 뿌리지 않았다. 진보매체라면 이런 기사를 줄이고 싶을 것이고 보수매체는 기사를 늘리고 싶을 것이다. 중앙일보의 중도 개념은 이처럼 팩트에 왜곡을 가하지 않는 태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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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대=젊은 층의 뉴스 소비가 늘고 있다. 요즘 뉴스 소비자들은 모바일에서 먼저 뉴스를 체크한다. 종이신문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데 심층적 정보가 없어 차별화가 안 되면 종이신문을 볼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종이신문은 엘리트 독자를 겨냥한 심층적인 지면으로 가야 한다. 지방에 살다 보니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 같다. 원전 안전 문제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인데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분권과 산업단지 이슈도 그렇다. 이런 문제를 우리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로 재구조화했으면 좋겠다.

▶김환영=요즘엔 디지털과 신문 지면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 같다. 김영희 대기자가 디지털 온리로만 올린 칼럼을 보고 열 받은 빅터 차 교수가 중앙일보 오피니언 면에 ‘미국은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지 않는다’며 반박 성격의 칼럼을 썼다. 디지털과 지면이 상호작용한 좋은 사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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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태=정정 보도 관련 연구 논문을 보면 독자의 요구를 수용해 정정 보도를 열심히 하는 매체에 대해 독자들이 굉장히 우호적으로 반응한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인터넷 판에 정정 보도를 굉장히 쉽게 적극적으로 한다. 한국 언론은 정정 절차가 복잡하다.

정리=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장세정.조문규 기자 chang.s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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