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위빈 “중국 바둑, 탄탄한 인재양성 시스템 덕분에 부쩍 성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

작년 6개 세계대회서 모두 우승

바둑 관심 커져 관련 사업도 인기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 경쟁자

신진서 6단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

지난달 22일 끝난 제18회 농심배는 중국의 독무대였다. 한·중·일에서 5명씩의 대표 선수가 출전해 연승전을 펼친 이 대회에서 중국은 마지막에 4명의 선수가 생존했다. 비단 농심배가 아니라도 최근 몇 년간 중국 바둑의 성장세가 무섭다. 중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8번의 세계대회에서 15차례나 우승했다. 심지어 중국은 지난해 6개의 세계대회 우승을 싹쓸이했다. 이와 달리 한국 바둑은 1990~2000년대 정점을 찍은 뒤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중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위빈(兪斌) 9단에게 e메일을 통해 중국 바둑의 급성장 비결을 물어봤다.

중앙일보

세계 바둑계가 중국 천하다. 중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위빈 9단은 “한국과 중국은 영원히 강력한 경쟁 상대다. 앞으로도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Q : 최근 중국 내 바둑에 대한 분위기는 어떤가.



A :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등장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중국에서도 바둑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었고 바둑의 영향력도 커졌다. 특히 중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바둑의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부모가 늘면서 바둑 보급 사업도 인기다.”




Q : 중국 바둑이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A : “중국은 꾸준한 노력 끝에 훌륭한 프로기사를 양성하는 완성된 ‘제도’를 구축했다. 영유아를 위한 보급 활동부터 영재 교육을 위한 도장 제도, 프로기사를 훈련하는 국가대표팀까지 바둑 인재를 양성하는 튼튼한 교육 시스템이 확립돼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중국 바둑계에는 끊임없이 우수한 프로기사들이 수급되고 있다. 또한 바둑을 지지하는 애호가가 많아 중국 바둑의 발전 추세가 좋다.”




Q : 상대적으로 한국 바둑은 침체기 다.



A : “한국은 중국의 강력한 경쟁 상대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성적이 좋아 보이지만 모든 대국의 내용을 본다면 중국이 완벽하게 앞서간다고 말할 수 없다. 여전히 한·중이 자웅을 겨루는 국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중국 바둑계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더 건강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몇 년간은 중국 바둑의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Q : 한·중 바둑의 기세가 역전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 “한국 바둑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스폰서 등 애기가의 열정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한국 바둑도 1990년대처럼 바둑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되살아난다면 다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한국과 중국에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는.



A : “한국 선수 중에서는 신진서 6단을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의 신예 기사 중에도 대략 7~8명 정도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감독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중국에서 99년 이후에 태어난 프로기사 중에서 신진서 6단을 상대할 만한 선수는 꽤 많다고 본다.”




Q : 커제 9단이 알파고와 대결을 앞두고 있다. 승부가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나.

A :

“나는 사람이자 프로기사로서 감정적으로는 커제 9단을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진지하게 기술적인 측면만 놓고 판단하면 커제가 알파고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다만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뒀기 때문에 커제도 한 판 이기는 것을 목표로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 알파고 등 AI의 등장으로 바둑계가 많이 달라졌다. 바둑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A : “AI 등장은 새로운 세대의 프로기사들에게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기사들은 AI를 통해 바둑의 심오함을 탐구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바둑의 신’에 근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AI는 동아시아에 한정됐던 바둑의 한계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유럽 등 전 세계 아마추어 선수들이 AI를 통해 바둑을 더욱 편리하게 배우고 개인의 역량에 따라 최고수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앞으로는 프로기사의 신비감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빈(兪斌)
67년 중국 저장(浙江)성 출생. 82년 프로 입단. 개인전 5회 등 중국 기전 통산 10회 우승. 제4회 LG배 세계기왕전 등 세계대회 통산 3회 우승. 2009년부터 중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